‘자동차 냉난방, 이제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이 차를 말한다]

손재철 기자 2024. 8. 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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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기아가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크레스트 72’에서 ‘히트 테크 데이(Heat Tech Day)’를 개최하고, 차량 내부의 온도를 조절해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 3가지 기술을 공개했다.

‘나노 쿨링 필름’ 비교



공개한 세 가지 기술 중 첫번째 주인공은 바로 ‘나노 쿨링 필름’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자동차 내부는 외부온도가 폭염일 때 반사 필름지가 붙어있으면 냉각 효율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통상 ‘틴팅’이라 불리는 필름 시공 작업을 거치게 되는데 이번 기술은 이러한 필름지에 대한 ‘소재’와 ‘레이어층’ 제작 방식을 고도화 시킨 것이다. 필름지 내 반사 격층 구조를 어떠한 방식으로 밀도감 있게 ‘나노’ 단위로 구현했느냐가 냉각 효율 증대의 핵심 기술력이다.

앞서 지난해 7월, 현대차·기아는 ‘나노 테크 데이’ 행사를 통해 이 같은 첨단 나노 소재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됐던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에 부착하기만 해도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서 현대차·기아는 기존 대비 향상된 성능과 품질을 바탕으로 제작된 대면적 나노 쿨링 필름을 현대차 아이오닉 6 차량에 적용해 공개했다.

내외장 색상이 동일한 차량 두 대를 마련, 한 대에는 나노 쿨링 필름을 시공하고 나머지 한 대에는 출고 상태 그대로 전시해 실내 온도 차이가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나노 쿨링 필름’ 비교 테스트. 실내 온도 차이가 10도 이상이다.



이날 전시에서 나노 쿨링 필름 시공 차량의 센터 콘솔 부근 실내 온도는 36.0℃를, 그렇지 않은 차량은 48.5℃를 기록하는 등 두 차량의 차이는 최대 12.5℃를 기록했다.

실제 차량의 온도 비교 평가를 확인한 한 참석자는 “눈으로 보기에 특별할 것 없는 필름이 차량 실내 온도를 12℃ 이상 떨어뜨린 것을 보니 정말 경쟁력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된다”며 “양산으로 이어진다면 현대차·기아는 경쟁 브랜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 외부의 열을 차단하기만 하는 기존 틴팅 필름과는 달리, 외부 열 차단과 더불어 차량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기능까지 추가로 갖춘 첨단 소재다.

태양 에너지의 근적외선대 파장을 반사하는 두 개 층과 내부의 중적외선대 파장을 외부로 내보내는 한 개 층을 포함, 총 세 개 층으로 구성되며, 차량 유리에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실내 온도를 최대 10℃ 이상 낮출 수 있다.

특히 가시광선의 투과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창을 어둡게 하지 않으면서 기존 틴팅 필름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틴팅 필름과 함께 부착한다면 틴팅 필름의 열 차단 효과에 나노 쿨링 필름의 차단/방사 효과가 더해져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 4월, 현대차는 틴팅이 법적으로 금지된 파키스탄에서 투명한 나노 쿨링 필름을 70여 대의 차량에 무상으로 장착해주는 ‘메이드 쿨러 바이 현대’ 캠페인을 진행해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기술을 개발한 현대차·기아 에너지소자연구팀 이민재 책임연구원은 “국내에서 최초로 실제 차량에 적용한 나노 쿨링 필름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고객들이 나노 쿨링 필름을 만날 수 있도록 기술의 완성도를 양산 수준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두번째로 시연된 기술은 겨울철 등에 유용하게 쓰일 만한 것으로,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데워주는 기술이다. 방식은 ‘복사열’을 이용하는 것인데 기아 EV9에 이 기술을 적용해 선보였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



복사열 난방 시스템 더한 EV9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란, 탑승자의 다리 부위를 둘러싼 위치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를 적용해 겨울철 차가워진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덥히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기존 공조 시스템과 함께 활용한다면 적정 온도에 도달하는 데 에너지를 17% 절감할 수 있고, 3분 안에 하체에 따뜻함이 전달되기 때문에 탑승객의 쾌적함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조장치의 건조한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건조하지 않은 쾌적한 난방을 캐빈룸에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건조한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는 구조다. 피부 노화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술이다.



실내 난방을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사용량 저감으로,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 전기차들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 받아온 난방코일을 발열하는데 쓰이는 전기 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에 전시된 EV9에는 총 9개에 달하는 위치에 복사열 난방 발열체를 적용했다. 운전석에는 스티어링 컬럼 아래쪽과 도어, 센터 콘솔 등 5곳, 동승석에는 도어, 센터 콘솔, 글로브박스 아래쪽 등 4곳이다.

기술에 대해 발표한 현대차·기아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오만주 연구위원은 “겨울철의 추위를 가장 빠르게 없앨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복사 난방”이라며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통해 빠르면서도 건조하지 않은 난방이 가능해질 것이므로 고객들이 겨울에도 차를 타는 데 거리낌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세번째 기술은 ‘금속 코팅 발열 유리’로 투명한 금속 코팅면이 열을 발생시켜 서리와 습기를 스스로 제거하도록 하는 것. 48V 시스템을 적용한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을 소개했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차량 전면의 접합 유리 사이에 약 20개 층으로 구성된 금속 코팅을 삽입해 유리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겨울철 서리나 습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신기술이다.

48V 고전압 시스템을 통해 영하 18℃에서도 유리 표면 성에를 5분 내에 완전 제거할 수 있어 기존 내연기관차 공조 시스템과 비교해 약 10% 더 적은 전력으로 최대 4배 빠른 제상이 가능하다.

더욱이 여름철과 같은 더운 날씨에는 전력을 쓰지 않고도 삽입된 금속 코팅이 외부에서 오는 태양 에너지를 최소 60% 차단할 수 있어 차량의 에너지 효율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캐나다나 북유럽 등 혹한 지역의 전면 유리에 주로 적용되던 텅스텐 와이어 열선 대비 시인성이 크게 개선돼 열선이 전혀 보이지 않고, 빛 번짐이나 왜곡 없이 운전자에게 깨끗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대차·기아는 이 기술이 글로벌 혹한 지역 안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적용되면 앞 유리의 서리와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설치하던 공조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관련 기술을 국내외 주요 시장에 특허 출원했으며,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한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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