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살인예고글, ‘즉시 삭제’로 무죄?…2심서 유죄로 뒤집혀

30대 중국인 유학생, 살인예고글 게재 후 8초만에 삭제
2심 재판부 “온라인상의 광범위한 전파 가능성, 본인도 알았을 것”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픽사베이

온라인상에 이른바 '혜화역 칼부림' 예고글을 올린 30대 중국인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협박 혐의에 대한 1심의 무죄 판결이 2심서 유죄로 뒤집힌 것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1-3부(조정래·이영광·안희길 부장판사)는 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왕아무개(32)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왕씨는 작년 9월 모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내일 서울 혜화역에서 칼부림을 벌일테니 이 글을 본 사람은 피하라"는 취지의 글을 게재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해 2021년 3월21일 국내 체류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귀국하지 않아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혐의도 함께다.

1심 재판부는 작년 12월 왕씨의 협박 혐의를 무죄로 보고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글을 게시한지 8초만에 삭제한 피고인(왕씨)에게 협박의 고의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다.

2심 재판부는 협박을 포함한 왕씨의 혐의 전부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한 글을 직접 작성해 올렸고, 이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됐다"면서 "왕씨가 살인 예고를 고지한 시간에 해당 장소를 방문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전파 가능성을 고려하면 왕씨도 자신의 게시 행위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킨다는 점을 잘 알았다"면서 "비록 글을 올린 즉시 삭제했다고 해도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