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번 못 먹고”···출입국사무소 구금 중 사망한 외국인 유족 국가배상 청구

이창준 기자 2024. 8. 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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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두루’와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등 시민단체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서울남부출입국 보호실 사망사건 관련 국가배상청구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내 보호실에서 사망한 외국인의 유족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유족 측은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고인의 지병을 파악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두루’와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국가배상 청구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실 내 환자에 대해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국가의 위법한 조치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하는 두루에 따르면 중국인 A씨는 지난해 12월15일 강제퇴거 명령에 따라 중국으로 송환되기 전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 사무소 보호실에 구금됐다가 지난 1월1일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심각한 당뇨병 상태에서의 간 농양 파열로 인한 복막염’이었다.

유족 측은 A씨가 평소 당뇨를 앓고 있었고 출입국사무소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A씨의 병세가 악화하는 동안 어떠한 의료 처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이 확보한 경찰의 현장감식 결과 보고서에는 A씨가 입소할 때 출입국 사무소에 당뇨 투병 사실을 진술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유족 측이 출입국 사무소에서 받은 기록에는 A씨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가 누락돼 있었다.

이한재 두루 변호사는 “부검 결과 사망 직전 15일 간은 혈당 관리가 전혀 안 된 것으로 확인된다”며 “당뇨 환자가 식단 관리는커녕 단 한 번의 투약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에 이를 정도로 방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아내 역시 이날 회견에서 “남편은 사망 당일 아침에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곧 죽을 것 같다고, 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직원들은 그를 병원에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리인단은 출입국 사무소가 현행법을 위반했다며 법무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또 해당 출입국 관리소와 법무부를 향해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5600만원이다. 대리인단은 “법무부와 출입국 사무소는 피보호 외국인이 환자인 경우 특별한 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의료와 관련된 어떤 절차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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