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대비 민방위 훈련, 실효성 있나···진정성 의문 표하는 시민도

주영재 기자 2024. 8. 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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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전역에서 민방위 대피 훈련이 실시된 22일 오후 부산 서면 로터리에서 경찰이 비상차로 확보를 위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 22일 오후 2시 정각,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서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자 교통신호등이 적색 점멸 신호로 바꼈다.

경찰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 방향 세종대로 사거리에 멈춘 차들을 도로 오른편에 정차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소방차량 등 긴급차량이 이동할 수 있는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한 훈련이다.

교통경찰이 “민방위 훈련 중입니다”라고 외치며 안내했지만 앞줄에 있는 서너대 정도만 움직였다.

‘훈련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5분 동안 훈련 구간 교통이 통제된다. 이날 서울의 경우,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숭례문 교차로, 구파발 사거리부터 박석고개 교차로, 도봉산역부터 도봉역 교차로 등 총 3개 구간이 통제됐다.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행인들은 물론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도 즉시 가까운 민방위 대피소로 대피해야 한다. 인근에 대피소가 없는 경우 안전한 지하공간으로 대피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통행하고 있었다. 훈련 진행을 위해 나온 지자체 공무원들이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이들에게 ‘민방위 훈련 중이니 지하로 대피하라’고 안내해야 했다.

미사일 공격 같은 공습 상황을 가정해 대응역량을 키우는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은 지난해 6년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정부는 한반도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을지연습과 연계해 훈련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올해의 경우 외국인 대상 홍보도 강화했다. 행정안전부는 외교부와 각국 공관의 협조를 얻어 장기 체류 외국인 대상으로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했다고 밝혔다.

전 국민 대상 민방위 안내문자를 발송할 때 외국인을 위한 영문안내도 병행했고, 관광객 등 단기체류 외국인의 경우 ‘응급 앱’을 통해 영어, 중어, 일어, 베트남어, 태국어로 훈련 알림 메시지를 송출했다.

하지만 광화문 인근 일부 관광객들은 훈련 상황을 미리 알지 못한 듯 안내를 맡은 공무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일부는 이런 상황이 낯선 듯 멈춰서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었다.

가족과 함께 관광차 한국을 찾은 프랑스인 매튜씨는 “놀라운 광경”이라면서도 “한국이 북한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한국이 처한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은 훈련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한 시민은 “일상에 바쁘다 보니 솔직히 훈련이 와닿지 않았다”면서 “훈련 하는 동안 건물 안에 들어가긴 했지만 관심 있는 사람이 열에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훈련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아내 병문안을 다녀오는 길에 광화문광장을 들른 강나루씨(76)는 “대북 공포감을 조성해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는 꼼수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정재용 행정안전부 민방위과 과장은 “민방위훈련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훈련이다”면서 “일상생활에 여러 불편을 끼칠 수 있지만 나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유일한 실제 연습이므로 앞으로도 인식개선을 통해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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