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들깨밭 속 알몸 시체, 범인은 10년지기 친구? 잔혹히 살해한 동기 들어보니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22일 (목)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남채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에 인적이 드문 한 시골 들깨밭에서 알몸 상태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여성의 시신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져 있었고 무엇보다 머리와 얼굴이 심하게 폭행당한 상태였죠. 도대체 이 여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강력반 형사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이른바 골든타임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골든타임 안에 이렇다 할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면 사건이 장기화되거나 자칫 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점점 커진다는 건데요. 그들이 말하는 골든타임 바로 하루, 그러니까 24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인적이 드문 들깨밭에서 알몸으로 발견된 시신 과연 이 사건에서 골든타임은 지켜졌을까요? 그리고 진범은 잡을 수 있었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의 엑스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남채은 변호사 (이하 남채은)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어느 직무에서나 소위 골든타임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은데 살인 사건 같은 경우에는 특히 범인이 '나 잡아가세요' 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보통은 도피를 할 거 아닙니까?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용의자를 특정하는 게 중요하고 그렇다 보니 이런 골든타임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거든요.

◆ 남채은 : 네 살인 사건과 같은 강력 사건은 빠른 시간 안에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거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건이 장기화되거나 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강력팀 형사들 사이에서 사건이 장기화되거나 미제가 될지 가늠하는 시간을 골든타임이라 부르는데 사건 발생 이후 24시간입니다.

◇ 이원화 : 생각보다 짧네요. 오늘 이야기 나눠볼 이 사건도 경찰관들이 이 골든타임에 굉장히 신경을 썼던 케이스로 알려져 있거든요. 어떤 사건이었습니까?

◆ 남채은 : 2017년 9월 19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한 시골 들깨밭 속에서 20대 여성이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범인들은 사건을 성범죄로 위장하여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피해 여성에게 옷을 벗으라고 지시하였고, 알몸 상태가 된 피해 여성을 구타한 후 결국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경찰은 초동 수사부터 신속히 대응하여 사건이 발생하고 19시간여 만에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던 사건입니다.

◇ 이원화 : 피해 여성이 심하게 폭행을 당한 상태였다는데 어떤 상태였습니까?

◆ 남채은 : 네 당시 피해 여성은 나체 상태로 옆으로 비스듬히 엎드려져 있었는데요. 머리와 얼굴이 무엇에 맞은 듯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고, 손목에는 결박 자국이 있었으며 주변 곳곳에 혈흔이 발견되어 있어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 이원화 : 단서들이 좀 나왔나요?

◆ 남채은 : 네 살인 현장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길을 모르면 다니기 쉽지 않은 시골의 외진 곳이었고, 시신 부근에 여성이 입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원피스와 속옷, 슬리퍼 등이 발견되었는데, 그 이외에 여성을 특정할 수 있는 신분증, 지갑, 휴대폰 등 소지품이 없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현장의 지리를 잘 아는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고, 또한 콘크리트 바닥에 혈흔이 있었는데 그 위에 흙을 덮어두어 범행을 감추려는 시도가 발견돼 살해 유기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수사를 했습니다.

◇ 이원화 : 사실 이제 뭐 증거인멸이 많이 있기는 했지만 골든타임 이내에 사건을 발견했다고 하니까 용의자를 찾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겠다 싶은 생각도 들어요. 어떻습니까?

◆ 남채은 : 경찰은 피해자의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하여 신원을 확인한 뒤 주변인 조사를 통해 피해 여성이 평소 한 남성과 자주 다퉜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사건 발생 전날 오후 그 남성과 전화 통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이 남성의 주거지와 연고지 주변을 수색했고, CCTV를 통해 남성이 평소 타고 다니던 승용차에 피해 여성을 태우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30대 남성을 용의자로 특정한 뒤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CCTV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가 살해 이후 강원도 속초로 향한 것을 확인했고, 추적 끝에 사건 발생으로부터 19시간 만에 강원도 속초의 한 숙박시설에 숨어 있던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용의자를 긴급 체포할 당시 숙박시설에는 한 여성이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공범이 있었던 겁니까?

◆ 남채은 : 용의자와 함께 있던 여성은 용의자의 여자친구였는데요. 살해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용의자의 여자친구는 용의자를 말리거나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고 차 안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용의자가 피해자를 살해하는 동안 이 지켜보기만 한 용의자의 여자친구를 살인 공범이 아닌 살인 방조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 이원화 : 연인 사이인 남자와 여자가 한 여성을 살해하고 도망쳤다는 건데 도대체 이 세 사람이 어떤 사이였던 건지가 궁금합니다. 아는 사이긴 했나요?

◆ 남채은 : 용의자의 여자친구와 피해자는 15년 넘게 같은 지역에 살면서 친하게 지낸 언니 동생 사이로, 용의자 역시 피해자와 4년 정도 알고 지냈고, 피해자의 전 남편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피해자에게는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3살배기 아기가 있었는데, 전 남편은 피해자와 이혼한 후 아기를 홀로 키우면서 일이 바쁠 때면 가해자들에게 자녀를 맡길 정도로 서로 친분이 깊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서로의 아이를 봐줄 정도로 친했다. 이 정도면 굉장히 친한 거예요. 사실 그렇죠? 근데 왜 이런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겁니까?

◆ 남채은 :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가해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피해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용의자가 자신의 아이를 돌보며 학대한다는 내용의 험담을 하고 다녔다고 하는데요. 여자친구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들은 용의자가 화가 나 피해자와 언쟁을 벌이다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어쨌든 자기는 도와줬는데 뒤에서 욕을 했다고 아마 기분이 나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기 욕을 하고 다녔다고 사람을 죽였다는 얘기인가요?

◆ 남채은 : 용의자는 피해자가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화가 나 피해자를 찾아가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자며 피해자를 차에 태웠고, 피해자는 용의자와 친분이 있던 터라 별다른 의심 없이 차에 올랐습니다. 피해자 용의자, 그리고 용의자의 여자친구 세 사람이 탄 승용차는 30여 분을 달려 옥산면 하천 근처 인적이 드문 시골로 이동했고, 차에서 내린 용의자와 피해자는 곧 언쟁을 벌이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했다고 해요. 그러던 중 화를 참지 못한 용의자는 피해자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농작물 지지대로 쓰는 철제 말뚝을 뽑아 피해자의 머리를 가격하는 등 한동안 폭행이 이어졌습니다. 용의자의 무자비한 폭행은 피해자가 의식을 잃어갈 때 쯤 멈췄고, 용의자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으나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더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용의자는 자신의 범행을 성범죄로 위장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의식을 잃어가는 피해자에게 옷을 벗으라고 지시하고, 피해자가 옷을 벗자 알몸 상태의 피해자를 또다시 수차례 폭행하여 목을 졸라 살해했습니다. 용의자는 흙으로 곳곳에 흩뿌려진 혈흔을 덮고 피해자의 시신은 풀숲에 유기한 뒤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과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모조리 챙겨 현장을 떠났습니다.

◇ 이원화 : 궁금한 게요, 계획적 범행이었을까요? 아니면 말다툼 하다가 화를 참지 못한 우발적 범행이었을까요? 이 부분은 어떻게 밝혀졌습니까?

◆ 남채은 : 용의자는 피해자가 자신에 대해 험담하고 다닌 것을 따지려고 만나 언쟁을 벌이다 홧김에 때려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는데요. 도주 과정에서도 CCTV에 찍혔을지도 모를 자신의 승용차를 버리고 콜벤을 불러 대전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차를 빌려 속초의 한 펜션으로 이동해 몸을 숨기는 등 치밀한 도주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했을 때 가해자들은 우발적 범행이라기보다는 계획적으로 범행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수사기관에서도 계획적 범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인 혐의를 적용하여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 이원화 : 범행 장소가 일단 너무 멀고 그다음에 도주 계획이 좀 치밀하다는 점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계획적이다, 우발적이다 이 부분도 형량에 영향을 당연히 미치죠.

◆ 남채은 : 네.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데, 양형 기준에 따르면 보통의 동기에 의한 살인의 경우 공고 횡령범위는 징역 10년에서 16년입니다. 가중 요소가 반영되는 경우에 공고 횡령 범위가 징역 1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이상인데, 감경 요소가 반영되는 경우는 징역 7년에서 12년입니다. 여기에 더해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수법과 잔혹성,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후 태도, 피고인의 전과 및 개인적 사정 등을 고려해 가중 또는 감경 요소로 반영하는데, 이 중 계획적 살인 범행은 가중 요소에 해당합니다. 최근 선고된 판결을 보면 우발적 범행의 경우에는 징역 8년에서 15년 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잔혹한 살인 수법을 이유로 징역 20년의 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 이원화 : 아무튼 2명의 피의자 결국 재판에 넘겨졌을 텐데 애초 말씀해 주시길 남성의 경우에는 살인 혐의, 그리고 남성의 여자친구에게는 살인 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이야기 해주셨잖아요. 그런데 중간에 혐의가 바뀌었다면서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 남채은 : 당초 남성의 여자친구에 대해서는 살해 당시 폭행에는 가담하지 않고 장면을 보기만 했다고 진술하여 살인죄가 아닌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하여 수사했고, 재판 과정에서도 그 남성의 여자친구는 현장에 있었으나 폭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남성의 여자친구는 경찰 조사에서 계속된 추궁 끝에 남성이 피해자를 폭행할 때 손과 발을 사용해 10여 대 같이 때렸다고 하는 등 계속해서 진술을 번복했고, 그러던 중 두 가해자가 구속 수사를 받으며 유치장에 갇혀 있는 동안 결정적 증거가 발견되면서 여자친구가 범행을 공모 및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는데 그 상황이 참 영화 같습니다.

◇ 이원화 : 어떻게 드러났을까요?

◆ 남채은 : 두 가해자들은 구속된 이후 유치장에서 무려 4번이나 쪽지를 주고받았는데, 남성의 여자친구는 사식으로 받은 박스 과자를 뜯지 않고 이음새에 쪽지를 말아넣어 교묘히 숨긴 후 유치장에 있던 경찰에게 남성과 나눠먹고 싶다며 과자를 전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 이원화 : 원래 쪽지를 주고받는 게 안 되는 거잖아요.

◆ 남채은 : 경찰은 별 의심 없이 과자를 전달했는데, 여자친구가 남성에게 보낸 쪽지에는 나를 배신하면 나는 죽을 거다. "내 아름다운 20대 시절은 다 날아갔다 사랑한다 교도소에서 나가며 내 이름을 문신하겠다" 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정황상 공범인 자신의 피의 사실을 경찰에 진술하지 말라는 의도로 해석되고,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이 이들이 주고받은 쪽지를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하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과자 상자에 들어있던 쪽지로 인해 여성에 대해서도 살인 방조 혐의가 아닌 살인 혐의가 적용. 재판부는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범행 은폐를 부탁한 것으로 보고 쪽지를 여성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채택했습니다.

◇ 이원화 : 과자 속에 쪽지 넣은 걸 어떻게 발견했나 싶기도 하고 신기하고요. 그리고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 남채은 : 경찰 관계자의 진술에 따르면 유치장 내에 사식이 들어오면 서로 나눠 먹기도 한다고 해요. 그런데 여성이 과자 소개 쪽지를 숨겨 남성에게 전달했고, 남성이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고민 끝에 검찰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랬군요. 그래서 이 두 사람 합당한 처벌받았습니까?

◆ 남채은 : 두 사람 모두 살인 혐의가 적용되어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남성은 무기징역을, 여성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후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들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형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살해 동기가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함에도 법원에서 다룬 사건 중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범행을 벌였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남성은 피해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험담하고 다녔다는 이유로 10살이나 어린 여성을 둔기로 무자비하게 폭행하여 잔혹하게 살해한 뒤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옷을 벗긴 후 유기하는 치밀함까지 보였습니다. 여성은 피해자와 15년이나 알고 지낸 자매 같은 사이로 피해자가 살해당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 현장을 지켜보았는데, 구속된 이후에는 남성에게 배신하지 말라는 내용의 쪽지를 보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뻔뻔함까지 보였습니다. 이 사건은 한 인간이 얼마나 극악무도한지를 극명히 보여주는데, 특히 여성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피해자가 남자친구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이로 인해 친한 언니인 피해자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맞아 죽어가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몹시 충격적이고, 한 여성이 20대의 어린 나이에 허망하게 사망했는데도 불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입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10년 넘게 친하게 지내던 지인을 말싸움 끝에 격분해 숨지게 한 청주 들깨밭 살인 사건 짚어봤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판결을 내리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살해 동기가 아주 사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다룬 사건 중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범행을 벌였다.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고 도피하려 했던 이 가해자들 과연 지금이라도 진심 어린 반성하고 있을까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