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인데도 불안…아파트의 일상, 곳곳이 ‘현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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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전 이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벌어진 '야구방망이 폭행' 사건을 떠올리며 주민 ㄱ씨는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진 강력범죄가 불러일으킨 극한의 공포를 토로했다.
어느 곳보다 친숙한 공간인 아파트 정문, 엘레베이터, 흡연 장소 등에서 잇달아 벌어진 강력범죄로 시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강력범죄가 시민의 집단적인 무력감과 공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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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어도 불안해요. 아파트에서도 의식적으로 주변을 둘러 보면서 다녀요.”
22일 오후 경기 파주의 한 아파트. 사흘 전 이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벌어진 ‘야구방망이 폭행’ 사건을 떠올리며 주민 ㄱ씨는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진 강력범죄가 불러일으킨 극한의 공포를 토로했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지난 19일 오후 2시30분께 이 아파트 승강기에서 40대 여성을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한 20대 남성을 전날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이날 밝혔다.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현실에 불만이 있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자를 특정한 뚜렷한 이유조차 없다는 의미다.
어느 곳보다 친숙한 공간인 아파트 정문, 엘레베이터, 흡연 장소 등에서 잇달아 벌어진 강력범죄로 시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정문 근처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에게 105㎝ 길이 도검을 휘둘러 숨지게 한 사건이 충격을 안긴 데 이어, ‘파주 승강기 무차별 폭행’ 사건(19일)이 벌어졌다. 이어 20일에는 서울 중랑구 아파트 흡연 장소에서 70대 주민 얼굴을 수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강력범죄가 시민의 집단적인 무력감과 공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목적이나 동기조차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니, 누구든 일상생활에서 그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공포나 두려움도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실제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왜 피해자가 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범죄가 ‘일상 공간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극도의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무차별 폭행이 벌어진 파주의 한 아파트 근처 주민 권아무개(21)씨는 “우리 동네는 안전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 어디서든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대낮에 돌아다니는 것조차 걱정된다”고 했다. 무력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에 사는 또다른 주민은 “내가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파트 흡연장소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 서울 중랑구 아파트의 고령층 주민들은 그저 ‘집 밖을 돌아다니지 않는 것’을 주의 사항으로 삼기도 했다. 이 아파트 경로당 회장 방금준(79)씨는 “우리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며 함께 있던 경로당 회원들에게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고 있으니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지 말고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박형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본부장은 “사적 공간까지 경찰들이 평소에 순찰할 수는 없지만 ‘셉테드(범죄예방 환경설계)’ 등 경찰이 할 수 있는 사전 예방 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 조영은 교육연수생, 이수안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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