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대규모 드론 공격···러시아 “서방, 우크라 공격에 개입”

김희진 기자 2024. 8. 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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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제공한 영상 이미지에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세임강을 가로지르는 러시아의 부교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당한 모습이 담겨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2주 넘게 ‘역습’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산 무기를 사용했다고 처음 인정했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지원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두 나라는 밤새 상대방 수도를 겨냥한 사상 최대 규모의 무인기(드론) 공습을 주고받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21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성명에서 쿠르스크 세임강을 가로지르는 러시아군의 폰툰(물 위에서 펼쳐지는 부교)을 파괴했으며, 이때 미국이 지원한 다연장로켓 ‘하이마스(HIMARS)’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산 무기를 썼다고 시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올린 영상을 보면 세임강에 러시아군이 설치한 부교 최소 2개를 우크라이나군이 파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9일부터 나흘 새 세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3곳을 파괴했다. 러시아군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부교를 세웠는데, 부교 역시 공격을 당해 훼손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 지대에서 군용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콜라 비엘리에스코우 우크라이나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다리와 부교 공격은 러시아군의 반격에 대비해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선을 구축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쿠르스크 일대 93개 마을을 점령해 총 1263㎢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날 “(쿠르스크 급습) 목표는 국경지대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우리 도시와 마을에 대한 적의 포격과 공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본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저지하고 밀어내기 시작했다고 반박하면서 본토 공격에 서방이 개입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러시아 정보당국은 쿠르스크 급습 작전 준비가 미국과 영국, 폴란드 정보기관 참여 속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특히 앵글로색슨 듀오(미국과 영국)가 우크라이나 정권에 바람을 불어넣고 물질적 지원을 제공했다”며 “이 모든 것(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를 겨냥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서방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러시아 미국대사관은 이날 “우리는 이 작전 계획이나 준비의 어떤 측면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개입설을 부인했다. 같은 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비밀리에 아무런 교류도 없이 쿠르스크 지역 군사 작전을 준비했다”며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받는 키이우 도시 상공에서 드론을 찾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접경 지역에서 격렬한 전투를 이어가는 동시에 전날 밤 무더기 드론 공격을 주고받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모스크바 인근 상공에 나타난 11대 드론을 포함해 전국에서 총 45대 드론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3월부터 드론을 띄워 러시아의 정유시설을 파괴하곤 했지만, 이번처럼 수도권을 겨냥해 대규모 드론 공격에 나선 건 처음이다.

미콜라 올레시추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밤새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 등 72대를 탐지해 드론 50대와 유도미사일 1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중 일부는 수도 키이우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키이우군 당국은 이날 아침까지 9시간 넘게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이날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관은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러시아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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