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수수료율에 ‘티메프’ 까지…겹악재 맞은 카드사
PG사 수수료율 조정도 난항…카드사 수익 개선 요원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두고 겹악재를 맞았다. 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한 금융당국의 논의가 기대에 미치지 못 한 가운데 티몬·위메프 사태 후폭풍으로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와 수수료율 갈등 가능성도 커졌다. 낮아지는 수수료율로 인해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재편해온 카드사들 사이에선 다시 골치가 아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격비용 TF, 2년 째 공전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테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카드업계‧가맹점단체‧소비자단체 등과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는 3년마다 돌아오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인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 진전된 논의를 기대했지만 '인하'로 가닥이 잡혔다는 게 중론이다.
TF 출범 취지인 적격비용은 카드 결제 과정에서 가맹점이 부담하는 게 합당한 일종의 원가다.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일반관리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포함된다. 여기에 마진을 더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정해지는 구조다.
금융위원회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하는데, 지금까지 네 차례 모두 수수료율 인하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증가해도 카드사들의 관련 수익은 줄어들어왔다. 합리적인 제도 마련을 위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TF가 출범한 것이다.
당초 TF는 "2022년 10월까지 TF를 운영하고 정책 연구용역도 병행해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2년이 된 현재까지도 개선안이 나오지 않자 올 하반기께부터 구체적인 방향이 잡힐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조정에 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는 적격비용 재산정이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이어져온 만큼 산정 주기를 확대해 수익성 악화를 조금이나마 덜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번 TF 회의에서도 적격비용 제도 개선에 관한 결정은 연말로 밀렸다. 대신 금융위는 카드사의 고비용 거래 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적격비용을 낮추기로 했다. 이용명세서의 전자문서 교부나 안내 메시지 등 카드사의 단순 업무에서 발생하는 일반관리비를 절감키로 한 것이다. 이렇게 카드사의 비용을 낮추면 이해관계자 모두의 비용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업계는 사실상 올해도 수수료율 인하를 시사했다는 반응이다. 금융위는 과거에도 카드사의 비용 절감을 유도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여력을 마련해왔다. 2018년 우대 가맹점 수수료율을 최대 0.65%포인트 인하할 당시 각종 비용 산정 방식을 손봐 적격비용을 낮췄다. 원가가 낮아진 만큼 수수료율을 더 내릴 수 있었던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비용이 높아진 만큼 카드사들도 다른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확보해왔기 때문에 원가가 낮게 분석될 수 있다"며 "여기에 일반관리비까지 추가로 절감하게 되면 적격비용이 낮아질 것이고 수수료율 인하 명분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메프' 사태로 PG사 수수료율도 골치
여기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PG사와 수수료율에도 갈등 조짐이다. 티몬·위메프 소비자 환불로 손실을 떠안은 PG업체들이 향후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PG사가 소비자에게 선환불을 해주고 있지만 이후 티메프에 손실 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PG업체들은 금감원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도 "카드사, 셀러, PG사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PG업계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PG업체의 자본금 등 등록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150개가 넘는 PG사가 등록된 시장의 규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형사 위주로 PG업계가 재편되면 카드사들의 수수료 협상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 2022년 PG사들의 반발로 수수료율 인상폭이 절반 이상 낮아진 바 있다. 당시 카드사들은 나이스페이먼츠, 다날, KG모빌리언스 등 8개 주요 PG사로 구성된 PG협회에 수수료율 0.05~0.1%포인트 인상을 요구했지만 0.02~0.04%포인트 인상에 그쳤다. 협회가 가맹점 계약 해지까지 검토하며 맹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PG사에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손실분을 PG사로부터 메꾼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말에도 가맹점 수수료율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이 같은 갈등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석영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 사태의 피해 분담 등을 명분으로 카드사와 수수료 인하 협상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향후 PG업계와의 수수료율 조정 역시 난항에 빠질 것으로 보여 수익 개선 여건은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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