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후보 월즈 “우리의 자유, 총 맞지 않고 학교 갈 자유”
“우리가 말하는 자유는 당신 자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자유다. 아이들이 복도에서 총에 맞아 죽을 것을 걱정하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는 자유다.”
21일 밤(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에 나선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자신이 핵심 구호로 내건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이 말하는 자유는 “기업들이 공기와 물을 오염시킬 자유”, “은행들이 고객들을 이용해 먹을 자유”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보통 사람’ 이미지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월즈 주지사는 자신의 평범하지만 근면한 인생을 풀어놓으며 연설을 시작했다. 네브래스카주 시골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처럼 병사 장학금으로 대학에 가고, 고교 교사로 풋볼팀 코치도 하고, 돈도 없는 40대 교사가 정치에 발을 담가 하원의원에 이어 주지사가 된 얘기다. 자신은 주지사로서 중산층을 위해 세금을 깎고, 약값을 내리고, 의료비 부채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선거 상대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제이디(J.D.) 밴스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부자들의 탐욕을 위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두 사람이 백악관에 들어가면 중산층에게 비용을 떠넘기고 복지를 축소해 “단지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더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즈 주지사는 교사 경험을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을 도마에 올리는 말솜씨도 발휘했다. 그는 교사일 때 학생회장을 선출한 얘기를 하면서 “그 십대들이 지도자란 무엇인지 트럼프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라며 “지도자들은 종일 사람들을 모욕하고 비난하지 않는다”고 해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 “학생이 24명인 반을 맡았지만 아무도 예일대를 가지 못했다”면서도 “아이들은 그렇게 작은 마을에서 자라면서 서로를 돌보는 법을 배운다”고 했다. 자신처럼 ‘흙수저’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지만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출세한 부통령 경쟁 상대 밴스 의원은 인성이 부족하다고 비꼰 것이다. 그는 “나는 이런 사람들의 페이지를 넘길 준비가 됐다”며 “우리는 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월즈 주지사가 다소 거칠면서도 힘찬 연설을 하는 동안 2만여 청중은 ‘코치 월즈’라고 쓴 종이 팻말을 들고 환호했다. 월즈 주지사는 풋볼팀 코치를 한 경력도 살려 “4쿼터다. 우리는 필드 골을 뒤지고 있지만 공격 중이고 볼을 갖고 있다”며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당신들의 자유를 위해 일어나 싸울” 사람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셋째 날인 이날도 쟁쟁한 인사들이 지지 연설에 나섰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은 “사람들을 위하는 해리스”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 사이의 대결이라며 동갑내기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맹공을 가했다. 이틀 전 만 78살이 된 그는 “난 여전히 트럼프보다 젊다”는 농담으로 자신보다 두 달 먼저 태어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를 부각시켰다. 한편으로는 “상대를 얕보지 말자”며 2016년 대선에서 아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꺾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에 역할을 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해리스는 우리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1·6 의사당 난동’ 때 민주주의가 공격당한 것을 잊지 말자”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11월 대선과 함께 치르는 의회 선거에서 한국계 최초로 상원의원 당선이 유력시되는 앤디 김 하원의원도 연단에 섰다. ‘1·6 의사당 난동’ 때 쓰레기봉투를 들고 난장판이 된 의사당 내부를 치우는 모습이 화제가 된 그는 “1월6일에 내가 배운 것은 우리 모두가 이 위대한 공화국의 관리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시카고/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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