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회담 미룬 이재명-한동훈…생중계·의제 다툼 ‘숨고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25일로 예정됐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일대일 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다. 의제와 형식 등을 정하기 위한 실무 논의가 공전해온 상황에서 각자 회담에 따른 득실과 전략을 재검토할 시간을 번 것이다.

권혁기 민주당 정무기획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이 대표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한 대표와의 회담이 예정된 일요일까지 증상이 호전된다는 보장이 없어 부득이하게 회담을 연기하기로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증상이 없어도 닷새 격리가 권고되고 증상 호전 뒤에도 24시간 격리가 권고된다. 이 대표가 인천의 한 병원에 입원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여야 대표 회담은 빨라도 다음주 초중반까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연기되면서 한 대표의 ‘회담 생중계’ 제안 등을 놓고 벌어진 샅바싸움도 ‘일시정지’됐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표님의 쾌유를 바란다. 시간이 생긴 만큼 더 충실하게 준비해서 민생을 위한 회담, 정치 복원을 위한 회담, 정쟁 중단을 선언하는 회담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당은 의제와 형식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진 차원의 협상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은 “이 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과 형식과 의제에 대해 많은 교류와 통화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합의된 부분도 있고, 아직 간극이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쪽이 서로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어, 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한 대표 쪽은 이 대표의 회담 제안 진의를 의심하며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우영 의원도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한 대표 쪽이 얘기하는 ‘제보공작 의혹’ 주장조차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파격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회담의 성격과 내용, 의제 조율이 안 되면 파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