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구독'해서 깎아줬더니 '일 단위' 환불?…벼랑 끝의 '구독경제'

변휘 기자, 유재희 기자 2024. 8. 2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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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공정위 '중도해지 방해' OTT·음원 서비스에 "최대 수십억원" 과징금
'안정적 구독료→서비스 투자' 사업모델 무너져…다음 제재는 '네이버·쿠팡'
/사진제공=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음원 스트리밍 등의 '중도 해지·환불' 규정을 문제삼으면서 구독경제를 직격했다. '월 단위' 계약 기반의 구독 플랫폼 수익구조를 사실상 '일 단위'로 잘게 쪼개야 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혐의로 조사 중인 네이버(NAVER)·쿠팡 등도 피하기 어려운 제재인 만큼, 사업모델이 흔들린 구독 플랫폼이 가격을 올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넷플릭스·웨이브·왓챠 등 3개 OTT와 스포티파이·벅스 등 2개 음원 서비스를 상대로 소비자의 중도 해지권 방해·제한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과징금 규모는 업체마다 편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적게는 1억원 안팎, 많게는 수십억원대에 이른다. 공정위는 법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에 부과율을 적용해 과징금 규모를 산정하는데 △위반 행위의 기간 △자진 시정 여부 △회사의 재무상태 등을 고려해 부과한다. OTT의 경우 국내 회원 수 1위로서 서비스 기간이 가장 길고 매출도 압도적인 넷플릭스의 과징금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이들 업체의 현장 조사를 통해 중도해지 관련 약관과 계약해지 자료 등을 확보하고, 7월부터 업체들을 불러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각 업체의 의견 진술과 공정위 소회의를 통한 제재 의결 절차 등이 남았는데,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9월 이후에나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구독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도 해지는 소비자가 원하면 곧바로 서비스를 중단하고 이용기간 외 나머지 요금을 환불해야 한다. 이 '일할계산' 방식이 논란거리다. 구독 플랫폼에 적용하기에는 비현실적인 탓이다.

이를테면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월 1만7000원)를 구독한 뒤 4가구가 동시에 8월 신작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8부작을 몰아보기 하고 다음 날 해지해 일할계산으로 돌려받는다면, 이틀 요금에 해당하는 약 1100원만 내면 된다. 사실상 OTT 인기 콘텐츠만 골라보고 해지하는 '체리피킹'을 부추기는 셈이다.

주요 OTT 약관의 중도해지 환불 규정/그래픽=이지혜

OTT 업계 관계자는 "개별 VOD(주문형비디오)마다 돈을 내고 구매할지, 아니면 정기 결제로 여러 콘텐츠를 저렴하게 이용하는 OTT를 구독할지는 소비자의 선택"이라며 "과거 헬스장이나 목욕탕, 피부관리실 등 기간 이용권에나 적용됐던 중도해지 후 일할계산 환불을 구독경제에 적용하는 게 무리"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수령한 한 업체는 "공정위 의결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올해 초 음원 서비스 '멜론'도 비슷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가운데 카카오는 행정소송에 나섰다. 글로벌 시장에서 서비스를 펼치는 넷플릭스는 국가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향후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칼날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쿠팡의 '와우멤버십'에 대해서도 비슷한 혐의로 지난 5월 현장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착수가 두달여 늦었던 만큼 이번 심사보고서 발송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OTT·음원 서비스와 유사한 제재는 시간문제다. 특히 문제가 된 행위의 매출과 기간 등을 고려하는 과징금 산정 방식에 비춰보면, 네이버·쿠팡에 대한 과징금은 수백억원대, 혹은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구독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비현실적인 중도해지·환불 규제를 강제한다면, 결국 해법은 구독료를 올리는 것뿐"이라며 "OTT·음원뿐만 아니라 쇼핑과 배달 등 서비스 산업 전방위로 구독료 모델이 확산하는 만큼, 물가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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