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DM] ‘내수 진작’ 드라이브 걸었는데... ‘금리 동결’ 브레이크 “아쉬워”

이미호 기자 2024. 8. 2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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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이례적 입장 표명한 배경은
“아쉽다는 건 마일드한 표현”

DM는 SNS상에서 주고받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줄임말입니다. 용산 대통령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기사에 담지 못한 용산의 뒷 이야기를 DM처럼 독자들께 직접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

5만원권/연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린 22일 오후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입장을 냈습니다. 대통령실이 한은의 금리 결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코멘트 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입니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서도 행정부 수반이 공개적으로 금통위 결정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일단 대통령실은 ‘금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손을 내두릅니다. “절대 아니다”라는 겁니다.

그 근거로 ▲금리 인하는 정해진 수순이고 ▲아직 두달이나 시차가 남았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장에 압력을 가하려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어차피 말 안해도 (금리는) 내리게 돼 있다. 그리고 압력을 가할 것이었으면 금통위 하기 전에 했어야 맞을 것”이라고 합니다.

즉, 금리 인하 시그널은 이미 시장에 진작부터 반영됐고 너무나 예상가능하다는 점에서 ‘개입설’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지요.

객관적 지표도 제시합니다. 내달 11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결정하는데, 통상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 워치를 통해 확률을 따져봅니다. CME를 보면 내달 11일 인하 확률은 100%입니다. 소위 빅스텝(50bp 이상 인하) 확률도 35%나 됩니다. 국내를 보면 다음 금통위는 오는 10월에 열립니다. 시장에서 금리 인하 확률을 100% 가까이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 대통령실은 왜 이런 메시지를 낸 것일까요. 윤석열 정부는 올 하반기 내수 부진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내수는 성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민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금리 인하’를 민생 살리기의 관점에서 본다는 뜻입니다.

다음주 발표되는 ‘추석 성수품 공급 대책’도 내수 소비 진작을 위한 복안입니다. 금리가 인하됐다면 이러한 효과가 배가 됐을 것이라는점에서, 용산은 “아쉽다”고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쉽다는 표현은 압박 보단 매우 마일드(mild)한 표현”이라며 “정책효과가 더 커졌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 아쉽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용산이 한은의 금리 동결에 대해 언짢은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리 결정 이후에 입장을 냈다고 하더라도 ‘10월엔 반드시 인하해야 해’라는 시그널을 줬다는 것이지요.

실제 대통령실은 내수 진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전국민 25만원법과 같이 재정 소요가 큰, ‘포퓰리즘 정책’을 쓰지 않으면서도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정책 기제를 활용하겠다는 것이지요.

지난달 발표한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종합대책 역시 내수진작의 일환입니다. 팬데믹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저금리 대환대출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전기료 인하, 임대료 세액공제 지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모두 ‘내수 진작’이라는 큰 그림 하에서 꺼낸 카드들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을 2% 정도로, 나쁘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수출 역시 반도체가 견인하고 있고 대기업 위주로 되다보니 지표상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민간 소비 등 내수부진 장기화가 성장률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실제 한은은 이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0.1%p(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내수 진작은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방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면서 “내수 살리기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내수 진작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겠다는 소신이지요. 이날 한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유로 꼽은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와 가계부채 위험을 감안하고서라도 내수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는 10월 한은이 금리 인하와 동결 중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시장은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용산의 경제정책 참모진들도 그만큼 바빠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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