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산업 경쟁자 된 한·중 “부품 공급망 협력, 효율성 높이자”
산업연 “최대 로봇 시장 中, 전략적 경쟁·협력 관계”
中 로봇업계, 한국에 기술 교류·산업 협력 심화 제안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인공지능(AI)의 발달과 자동화 열풍으로 로봇산업의 덩치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로봇산업에서 한국은 부쩍 성장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세계 로봇산업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한·중이 경쟁할 부분은 경쟁하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재덕 한국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22일 중국 베이징 이좡국제회전중심에서 열린 ‘한-중 로봇 기술·산업 혁신 컨퍼런스’ 세션 발표를 통해 “로봇산업에서 한·중은 전략적인 경쟁과 협력의 관계”라며 “정책 경쟁으로 과잉 투자나 소모전이 되지 않기 위해선 상호 보완할 부분을 찾는다면 산업 육성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는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세계 로봇 컨퍼런스’ 일환으로 마련됐다. 한·중 로봇 기술·산업 현황을 공유하고 정책 등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다. 황재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한·중은 스마트 제조와 로봇 산업 분야에서 비슷한 길 걷고 있는 파트너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 “양국은 2015년부터 중국제조업 2025와 제조업혁신 3.0 전략 양해각서를 체결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22년 기준 전세계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55만3000여대로 전년대비 5% 성장했다. 2026년에는 71만8000여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아시아 지역은 새로 설치된 로봇의 73%가 몰린 로봇산업의 중심지다.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 기준 중국은 2022년 29만여대로 전세계 최대 시장이다. 2017년부터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3%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 시장 규모는 2위지만 3만1000여대로 차이가 크다.
산업연구원이 2021년 실시한 산업용 로봇산업 가치사슬 부문별 경쟁 우위 진단 결과를 보면 6개국 중 일본은 97.6점으로 종합 1위에 올랐고 한국(75.9점)은 5위에 머물렀다.
R&D·설계와 생산 부문에선 한국이 각각 77.0점, 73.7점로 5위를 차지해 중국(71.3점, 68.6점)에 앞섰지만 조달과 수요 부문은 오히려 중국에 밀려 6위에 머물렀다.
김 지원장은 한국 로봇산업에 대해 “첨단기술 경쟁력과 다양한 인프라는 강점이지만 인력 부족, 높은 해외 의존도와 초기 투자비용 부담은 약점”이라며 “중국을 비롯해 기존 전통 강자 외에 국가들이 뛰어들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도적에도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2023년 첨단 로봇산업에 대해 △부품 국산화 제고 △전문인력 양성 △스타기업 육성 △로봇산업 규모 확대 △로봇 밀도 증가 등 비전과 전략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의 로봇산업 정책과 중국 육성 정책을 비교하면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양국이 적절한 협력 관계를 가질 필요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로봇 생산 분야는 경쟁이 불가피하겠지만 공동 생산라인 구축과 부품 공급망 확대는 협력 가능한 분야로 봤다.
김 지원장은 “(한국은) 부품 국산화율 높이는 것이 관건인데 중국도 마찬가지로 모든 부품을 국산화한다는 정책 의미도 있겠지만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며 “더 많은 강점을 가진 부품 공급망을 형성해 비용 효율성을 키우고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와 기술 교류를 확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중국 로봇 업계는 한국과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장펑 중국전자학회 이사장은 “한·중은 가까운 이웃으로 산업 자동화 분야에서 폭넓게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은 로봇산업 밀도가 세계 1위고 중국은 세계 가장 큰 로봇 시장으로 협력의 잠재력 갖고 있다”고 밝혔다.
장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측에 △기술 교류 강화(공동연구기관 설립 및 R&D 협력 촉진) △산업 협력 심화(산업용 서비스 로봇 협력 확대 및 응용 시나리오 모색) △인재 플랫폼 구축(대학교·연구기관 교류 및 인재 양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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