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된 ‘한국 속 영국인’ 다니엘 튜더 "김란사, 남성이었다면 동상 세웠을 것"

전혼잎 2024. 8. 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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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 영국인' 다니엘 튜더 작가가 소설가가 됐다.

고종의 둘째 아들(성년까지 성장한 아들 중 둘째)인 의친왕 이강과 유관순의 스승이었던 여성 독립운동가 김란사(낸시 하)라는 인물을 내세운 616쪽의 장편소설 '마지막 왕국'을 냈다.

튜더는 "모두가 유관순의 이름은 알지만 그에게 독립운동의 정신을 가르친 김란사는 모른다"며 "이 인물이 남성이었다면 동상이 세워지고 그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이나 영화도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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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 역사소설 '마지막 왕국' 펴내
이강 아들 만남 계기로 5년간 자료 조사
역사소설 '마지막 왕국'을 낸 영국인 작가 다니엘 튜더가 22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속 영국인’ 다니엘 튜더 작가가 소설가가 됐다. 고종의 둘째 아들(성년까지 성장한 아들 중 둘째)인 의친왕 이강과 유관순의 스승이었던 여성 독립운동가 김란사(낸시 하)라는 인물을 내세운 616쪽의 장편소설 ‘마지막 왕국’을 냈다. 튜더는 22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마지막 왕국’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소설로 이강과 김란사라는 인물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혔다.


"아들 이석 인터뷰하며 이강에 시선 닿았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 출신의 튜더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병폐를 찌르는 칼럼을 주로 써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처음 한국을 찾은 이래 20년이 넘는 인연을 이어가는 그에게 조선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 집필은 도전이었다. 이번 소설을 위해 5년간 자료 조사를 했다는 튜더는 “사소한 사실 1,000개를 모으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역사 조각들을 모았다”고 전했다.

소설은 튜더가 2012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의친왕 이강의 아들 이석으로부터 시작됐다.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석을 ‘소설화하면 어떨까’를 고민하던 튜더의 시선은 그의 아버지에게 닿았다. 튜더는 “이강은 격동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은 물론 개인으로서도 장단점이 모두 있는 매력 있는 캐릭터였다”고 귀띔했다. 이강은 술과 여성을 좋아해 파락호로 통했지만, 조선 왕실에서는 드물게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인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합류를 위해 중국 상하이로 탈출을 감행하기도 했다.


"김란사, 남성이었다면 동상 세워졌을 것"

마지막 왕국·다니엘 튜더 지음·우진하 번역·김영사 발행·616쪽·2만2,000원

이강과 함께 독립운동을 모의한 김란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마지막 왕국’의 주인공이다. 재학생의 결혼을 금지한 이화학당에 기혼의 몸으로 입학했고, 조선 최초로 미국의 여성 유학생이 된 그를 튜더는 “부당하게 역사에서 잊힌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란사는 의친왕의 밀지를 받고 파리 강화 회의에 참석하려다 독살당했다. 튜더는 “모두가 유관순의 이름은 알지만 그에게 독립운동의 정신을 가르친 김란사는 모른다”며 “이 인물이 남성이었다면 동상이 세워지고 그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이나 영화도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에서는 실패한 영웅인 이강과 김란사이지만, 전 세계 누구나 흥미롭게 여길 ‘보편적인 인간의 성장’인 만큼 누구든 소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튜더는 자신했다. 내년 영미권 출간을 목표로 에이전시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육아,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그다음이 소설 쓰기"

22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소설 '마지막 왕국'을 출간한 영국인 작가 다니엘 튜더(왼쪽)와 아내인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간담회 진행은 지난해 2월 튜더와 결혼한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맡았다. 두 사람은 같은 해 10월에 태어난 딸을 함께 키우고 있다. 그가 소설을 쓰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임 아나운서는 “(튜더는) 조선시대에서 환생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소설을 썼겠나”라고 치켜세웠다. 튜더는 아버지가 되면서 관심이 생긴 저출생 관련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여성들이 육아가 힘들다고 말하면 많은 남성이 이해를 못 하는데, 경험해 보니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다. 소설 쓰기는 두 번째로 힘들다”라면서도 이를 모두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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