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기’ 선택권 보장해주세요”…첫 에너지 선택권 헌법소원

정봉비 기자 2024. 8. 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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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싶어하는 '기후시민'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일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발전원을 선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환경단체가 현행 '전력거래계약 지침'이 주택용 전력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국내 처음으로 '에너지 선택권'과 관련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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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기후행동, 기후솔루션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앞에서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구매를 제한하는 산업부 고시 조항이 위헌임을 알리고,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구매를 위한 제도 수립을 촉구하는 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우리 집에서는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쓰고 싶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싶어하는 ‘기후시민’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일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발전원을 선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환경단체가 현행 ‘전력거래계약 지침’이 주택용 전력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국내 처음으로 ‘에너지 선택권’과 관련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소비자기후행동 소속 헌법소원심판 청구인들은 2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한전) 서울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과 기업에 차별적 에너지 선택권을 규정한 전력거래계약에 관한 지침이 소비자의 기본권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들은 행진을 통해 도보 30분 거리의 헌법재판소에 도착해 헌법소원심판청구 소장을 접수했다.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한전이 전력 거래를 독점적으로 중개해왔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며 이 구조가 점차 깨지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에게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의 제3자간 전력거래계약에 관한 지침’ 제4조(적용대상)를 보면 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전력거래계약’(PPA) 체결이 가능한 전기 사용자의 요건을 “300㎾ 이상 일반용, 산업용 전력을 사용하는 고압 고객”으로 한정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전력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전력 생산자의 범위는 넓혔지만, 그들과 거래할 수 있는 구매자의 범위는 기업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용, 산업용 전력을 이용하는 기업은 알이백(RE100, 재생에너지 100% 사용) 및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선택해서 소비할 수 있는 반면,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은 기후친화적 전력 소비를 원해도 방법이 없다. 청구인들은 청구서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력의 62%를 화석연료에 의존한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며, 국내 전력산업 구조에 따라 “전기소비자는 그 의사와 무관하게 전기를 소비함으로써 다량의 화석연료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소비자기후행동, 기후솔루션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앞에서 화석연료 기반의 전기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자는 의미의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청구인들은 이처럼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를 택할 수 없도록 한 조처가 국민의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과 자기결정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봤다.

청구인들의 대리인으로 참여한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한국전력공사가 유일한 전기판매사업자로서 전력시장에서 전기를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라며 “우리가 공급받는 전기 중 60% 이상은 화석연료 발전을 통해 생산되며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전력공사가 판매하는 화석연료 기반의 전기를 사용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사무총장은 “청구인의 수는 41명”이라며 “현재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목표 비율은 약 21%에 불과한데, 이를 40% 이상으로 늘리라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밝혔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소비자기후행동으로 구성된 헌법소원 청구인들이 22일 낮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현행 전력거래계약 지침이 ‘에너지 선택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들은 주택용 전력 소비자도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산자원부가 적절한 제도를 마련하고, 송배전 사업자인 한전은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과 송배전 설비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청구인 중 한 명인 신미경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지금 가정에서 ‘녹색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태양광 설비를 하는 것밖에 없다. 그것조차도 대부분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에 살다 보니 전체 필요 전력의 10% 이상 수급을 할 수가 없다”며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녹색 전기를 가정용 전력에 공급해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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