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무늬만 프리랜서일뿐 노동자” 130명 2차 진정

헬스트레이너·방송외주 종사자…
오분류 시정·특별근로감독 등 요구

가짜 프리랜서로 분류된 노동자와 노동단체들이 22일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30명 집단 진정의 취지를 설명하고 노동자성 인정을 촉구했다. 엔딩크레딧 제공

서울에서 15년째 피트니스센터 소속으로 헬스트레이너 일을 하는 정아무개씨는 2022년 6월 6년간 다니던 ㄱ피트니스센터를 그만두기까지 매일 출퇴근하며 개인 강습뿐만 아니라 청소 등 센터 운영 전반의 다양한 일들을 지시받아 했다. 당시 정씨는 이 센터와 근로계약서 대신 위탁사업계약서를 썼다. 센터 쪽은 정씨에게 개인사업자 지위 확인서, 근로자 지위 포기 서약서 등까지 받아갔다. 정씨는 자신이 프리랜서가 아니라 이 센터의 노동자라고 보고 지난 3월 서울서부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연차휴가수당과 퇴직금을 받게 해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노동청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판단할 때 핵심 요소인 센터 쪽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부인하며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씨에게 나름의 전문성과 업무상 재량권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정씨를 비롯해 ‘가짜 프리랜서’로 취급되는 노동자 130명이 22일 서울·경기·대구·대전·부산 등에 있는 노동청에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집단 진정을 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노동자이나 자영업자로 오분류됐다”며 노동청이 나서 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발언에 나선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최근 대법원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 근로를 제공한 이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는데도, 노동청은 유사한 사안에서 기존의 관행적, 소극적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행정 종결처리를 했다”며 “노동부가 나서서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을 낸 이들은 주로 콜센터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를 중심으로 헬스트레이너, 방송 외주제작사 종사자 등이다. 앞서 지난 3월 정씨 등 4명이 냈는데, 유튜버 기획자와 콜센터 교육생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