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 사장 ‘눈물의 라방’… 쌀 5000만원어치 팔렸다

하남=이민아 기자 2024. 8. 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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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내세요. 햇살이 쨍 비치는 날이 옵니다."

경기 하남시에서 쌀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최 모 햇쌀농산 공동대표(34)는 22일 오전 11시부터 회사 창고에서 진행된 '라방(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한 시청자가 남긴 이 댓글을 읽다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말을 멈췄다.

그립 관계자는 "오늘 첫 방송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를 입은 다른 판매자들을 위한 '힘내라 라이브' 2·3차 라방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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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기 하남시 햇쌀농산 창고에서 진행된 라이브 커머스 방송 현장. 국내 최초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그랩이 최근 불거진 정산대금 미지급 사태로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기획전이다. 하남=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힘 내세요. 햇살이 쨍 비치는 날이 옵니다.”

경기 하남시에서 쌀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최 모 햇쌀농산 공동대표(34)는 22일 오전 11시부터 회사 창고에서 진행된 ‘라방(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한 시청자가 남긴 이 댓글을 읽다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말을 멈췄다. 햇쌀농산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5월과 6월 판매 대금 약 15억 원을 정산받지 못했다. 상황이 어려워져 4명의 직원 중 어쩔 수 없이 1명을 내보내기도 했다. 응원의 한 마디를 보자 가슴치며 속상해 하던 시간들이 스쳐간 것이다.

최 대표는 회사를 함께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 속에 채웠다고 한다. 그리고는 국내 최초 라이브 커머스 회사인 ‘그립’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립은 티몬·위메프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위해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힘내라 라이브’ 기획전을 준비했다. 그립은 유명 쇼호스트 김태진 씨까지 섭외해 이날 햇쌀농산 라방을 진행했다. 김 씨는 “방송 기획 취지를 보고 무조건 나가서 도와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1시간 반동안 진행된 라방의 시청자 수는 8만5000여 명. 채팅 수는 2100여 개에 달했다. ‘좋아요’ 수는 2만955개였다. 구매 건 수는 1153건으로 2000만 원 어치 쌀이 팔렸다. 방송 전 예약 판매분 3000만 원가량을 더하면 라방 한 번으로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라방 진행 중 한 고객은 쌀 110㎏ 어치를 구매하기도 했다. 110㎏를 한 사람이 구매한 것을 보고 최 대표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방송을 마친 최 대표는 “한 시간 반 동안 이만큼 팔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응원 댓글을 보고 울컥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그립 관계자는 “오늘 첫 방송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를 입은 다른 판매자들을 위한 ‘힘내라 라이브’ 2·3차 라방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햇쌀농산처럼 기업 이름을 공개하고 티몬·위메프로 인한 피해 사실을 알렸다가 2차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다른 거래처에서 결제 주기가 도래하기 전 ‘정산을 일찍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물건을 더이상 공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공개했을 뿐인데 더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명을 밝히지 않은 한 티몬·위메프 피해자는 “거래처들이 사정을 양해해주기보다는 거래를 줄이고, 결제를 독촉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며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미정산 사태 이후 해당 플랫폼과 거래해온 판매자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티몬 18억 원, 위메프에서 12억 원을 정산받지 못한 한 판매 업체는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해 말라버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업체 영업실장은 “대표님이 병환 중이라 대신 이야기하게 됐다”며 “창고 두 개 중 하나와 대표님 집을 부동산에 내놨다. 이것을 처분해서 돈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 15명 중 7명에게 권고사직 통보를 했고, 3~4명을 추가로 더 해고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남=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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