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도르 추진 ‘법관 직선제’에 뿔난 멕시코 판사들, 대규모 파업 돌입
‘법관 직선제’ 등을 포함한 사법부 개편안을 두고 멕시코의 사법부와 행정부가 대치하고 있다. 판사들은 개편이 이뤄지면 사법부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며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며 맞섰다.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21일(현지시간)부로 멕시코 20개 주에서 판사 120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파업에 동참한 판사들과 지난 19일부터 파업을 시작한 법원 직원들은 멕시코시티 산라사로 입법궁에 모여 판사 직선제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산라사로 입법궁은 멕시코 연방 하원의원 본부이자 상·하원 의원이 모여 합동 회의를 여는 국회의사당격 건물이다.
이번 파업을 주도한 ‘연방 치안·지방판사 협회’(JUFED)의 대변인인 후아나 푸엔테스 벨라스케스 판사는 시위에서 “이번 개편은 국가 정의와 안정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를 전례 없는 헌법적 위기로 이끌고 있다”며 “독립성이 없어지면 (사법부는)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국가 기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들의 파업은 좌파 성향의 집권당 국가재생운동(모레나·MORENA)이 오는 9월1일 출범하는 새 의회에서 사법부 개편안을 ‘0순위 의제’로 삼으면서 시작됐다.
개편안 골자는 대법관 정수를 11명에서 9명으로 축소하는 것과, 법관을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직선제 시행 등이다. 판사를 포함한 직원들의 급여 조정 구상도 담겼다. 또 법관의 활동을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기관 설립, 법관 연금 수령 시기 제한 등도 개편안에 포함돼 있다고 엘파이스는 보도했다.
입법부가 이 같은 개편안을 내놓자 JUFED는 “사법부가 정치화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JUFED는 지난 19일 파업안을 표결에 부쳤고, 회원 1403명 중 찬성 1202표, 반대 201표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JUFED는 오브라도르 대통령 제안으로 만들어진 입법안이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으로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체포영장 발부나 가정폭력 관련 사건 등 긴급하거나 심각한 사건을 다루는 재판은 파업 기간에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파업이 시작되자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직원들의 결정에 관해 “관심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취임 이후 행정명령을 내리는 과정에서 사법부와 여러 차례 충돌했던 바 있다. 대법원은 정부의 공공 이익과 국가 안보를 위한 프로젝트를 국회 보고 없이 처리할 수 있게 하는 행정명령과 보안군을 국방부 소속으로 재편하는 행정명령 등을 모두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사법부를 “부패했다”며 비난해왔고, 재임 기간 사법부 개편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추진해왔다. 그간 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개편안은 지난 6월 총선에서 여당이 이전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여대야소’ 형국이 되면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10월1일 취임하는 집권 여당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도 사법부 개편을 이어갈 방침이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판사들의 파업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파업 기간 판사들이 최대 15만페소(약 1035만원)의 월급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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