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우유 품질 '세계 최고' 자랑하는데… 낙농가는 한숨만 왜?
우리나라 낙농가에서 생산하는 우유는 품질이 뛰어나 '월드클래스'로 꼽힌다. 국산 우유 중 최상급 품질인 1등급 우유로 선정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원유 1㎖당 체세포 수 20만개 미만, 세균 수 3만개 미만이어야 한다. 이는 낙농 선진국으로 꼽히는 덴마크·독일·네덜란드보다도 엄격한 수준이다. 국산 우유가 이처럼 세계적 품질을 자랑하는데도 최근 우리나라 낙농가의 한숨은 깊다. 어찌 된 일일까.
국산 우유는 젖소에서 착유한 후 식탁에 오르기까지 2~3일이 걸린다. '갓 짜낸 우유'를 마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경이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이승호 위원장은 "이처럼 짧은 시간 내 신선한 우유를 마실 수 있는 건 국내 낙농가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낙농가에선 개체별 사양관리에 특히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축사의 청소 상태 등 젖소의 사육 환경, 젖소의 영양 관리와 건강 상태, 질병 유무 등을 실시간 점검하며 젖소의 컨디션을 관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내 원유 등급 체계는 선진국 수준으로 까다롭게 관리된다.
그런데 이같이 원유를 생산·관리하는 동안 낙농가에선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국내 낙농산업은 경제 발전과 함께 성장을 지속하며 흰 우유(백색 시유)의 연평균 소비 증가율은 1970년대 26.3%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1.6%까지 급속도로 하락했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는 수급 불균형이 더 심각해졌다. 이승호 위원장은 "유제품이 해외에서 다양한 제품으로 수입되고,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등으로 우유 소비 증가율이 하락했다"며 "낙농산업의 경우 젖소의 관리를 비롯해 운영 관리 비용, 축사 내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비용이 꾸준히 발생하는데, 그중에서도 생산비의 급증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원유 생산량과 수요를 임의로 조절하는 게 어렵다는 점도 낙농가를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원유는 젖소라는 생명체가 생산하는 산물로서 젖소가 최초 원유를 생산하는 기간이 최소 '2년'이 필요하다. 이같이 젖을 짜기 위한 준비기간에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서 농가 대다수가 큰 부채를 떠안은 채 낙농 경영을 시작하게 된다는 게 낙농가들의 하소연이다.
젖소는 임신 전에 젖을 짜지 않는 기간(건유)을 제외하면 매일 2회씩 젖을 짜줘야 한다. 젖을 완전히 짜주지 않을 경우 유방염이 발생하는 등 젖소의 건강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젖소가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원유 생산량을 임의로 줄일 수 없게 된다. 또 유가공업계와 약속한 양을 초과 생산하면 원유 초과분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팔 수밖에 없어, 처리비용에 대한 부담을 낙농가가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것.
원유의 수급은 계절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젖소는 목초를 주로 섭취하며 고온에 약하기 때문에 3~5월에는 연평균 납유량을 웃돌지만, 8~11월에는 연평균 납유량에 못 미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우유의 소비량은 3~5월보다는 여름을 지나면서 8~11월에 최고점을 찍는다. 따라서 매년 3~5월엔 원유가 남아돌고, 8~11월엔 원유가 부족해 계절에 따른 원유 잉여 사태가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이 위원장은 "낙농가는 신선한 우유를 만들기 위해 정밀한 관리, 소규모 생산 체계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며 "낙농가가 안전하고 품질이 좋으면서 신선한 우유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소비자도 안전하고 신선한 고품질의 국산 우유를 믿고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낙농가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산 우유의 1등급 비율은 높아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원유 중 체세포 수 1등급 원유의 비율은 69.13%로 전년보다 4.25% 증가했다. 세균 수 1등급 비율도 전년 대비 0.05%p 증가한 99.59%였다.
최근 국산우유사용인증마크인 'K-MILK'(케이-밀크) 마크를 확인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K-MILK 마크는 신선하고 안전한 국산 우유만을 사용한 제품 또는 국산 우유만을 사용한 식품을 제조하거나 판매·유통하는 업체에 부여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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