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살인예고' 중국인...2심 "협박죄 인정돼, 집행유예 2년"

혜화역 살인 예고 글을 올린 30대 왕모씨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8.07. /사진=뉴시스

서울 혜화역에서 흉기테러를 하겠다고 예고 글을 올려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이 2심에서 협박죄를 인정받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제1-3형사부(항소)는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왕모씨에 대해 22일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살인 예고 글로 시민들의 방문에 대한 의사결정 내지 실행 자유가 침해됐고 살인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느꼈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글이 전파된 이상 비록 삭제했다고 해도 고의가 인정됐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신림역, 서현역 칼부림 사건으로 공포감 조성되어 있는데 피고인의 글이 성균관대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재차 게시되는 등 인근 거주민에게 해악의 내용이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전달됐다"며 "피고인은 문헌정보학과와 데이터사이언스를 전공해 인터넷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도 봤다.

다만 재판부는 "동종 전력 없고 당근마켓 글이 금방 삭제된 점이 인정된다"며 "협박 내용이 실행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이 없고, 구금됐다가 석방됐으며 외국인 신분으로써 강제 퇴거 대상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보호수용 돼 자유가 속박됐다는 점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왕씨는 중고 물품 거래 앱 '당근마켓' 게시판에 '내일 서울 혜화역에서 칼부림하겠다'는 취지로 글을 게시한 뒤 약 8초 만에 삭제했다. 이 글은 삭제 전 사진으로 캡처된 뒤 같은 날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에 확산했고 경찰은 이튿날 왕씨를 체포했다.

1심 재판부는 "글을 게시한 뒤 8초 만에 삭제해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했다가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불법체류 신분이 된 점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정진솔 기자 pinetre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