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갈 데가 없네"...가해자들에게 '노웨이아웃'이 전한 섬뜩한 메시지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8. 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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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이아웃’, 피해자는 평생 고통, 가해자는 잘 사는 현실에 대한 일침

[엔터미디어=정덕현] "사람들 졸라 많이 왔네. 참 열심히 산다 그치?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한테 잘 해. 아빠는 갈 데가 없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서 희대의 강간 살인범 김국호(유재명)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갈 데가 없다"는 거였다. 이 대사는 <노 웨이 아웃>이라는 이 작품의 제목의 의미이기도 하고, 또 이 작품이 판타지를 통해서라도 김국호라는 가해자의 최후를 그려냄으로써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노 웨이 아웃>은 김국호가 출소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아마도 이 모티브는 실제로 조두순 같은 흉약범이 출소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반발했던 일들에서 가져왔을 게다. 저지른 죄는 너무나 크고 그래서 피해자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정작 가해자는 너무 짧은 처벌을 받고 나와 버젓이 살아가는 현실이 그것이다.

드라마는 이런 현실에 대해 갖는 대중들의 반감을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엮는다. 그래서 가해자인 김국호에게 200억 원의 현상금을 건 '공개살인청부'가 가면남에 의해 제시되는 상황을 더해넣는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이고 현상금을 노리는 이들까지 가세해 김국호는 자신을 죽이려는 위협 속에 놓이게 된다.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죽을지 모르겠는 기분. 느껴보니 어땠나요?" 끝내 정체를 드러낸 가면남이 김국호를 붙잡아 놓고 던지는 그 말은 법이 해주지 못하는 가해자에 대한 진짜 처벌과 복수를 이 인물이 대신 하려 했다는 걸 보여준다.

결국 가면남이 김국호의 위치를 공개함으로써 200억의 현상금을 얻기 위해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하지만 먼저 도착한 백중식(조진웅)은 자신의 딸 또한 위해를 가했던 김국호를 앞에 두고도 죽이고픈 마음을 억누른다. 자신이 형사이기 때문이다. 백중식은 법이 가진 한계를 드러내주는 인물이다. 그는 심지어 이 희대의 흉악범이 시시각각 받는 위협 속에서 그 안전을 지키는 일까지 하지 않았던가.

<노 웨이 아웃>은 현실이 구현해내지 못하는 정의에 대한 갈증을 김국호의 가장 비참한 최후를 통해 그려낸다. 그것은 어쩌면 김국호에게 당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만큼 힘겨운 삶을 살아왔을 그의 아들과 아내에 의한 단죄다.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지만 아버지가 흉악범이라는 사실 때문에 제 꿈을 접는 서동하(성유빈)는 아버지에게 칼을 들이댄다. 그렇게 해서라도 천륜을 끊어내려 한다. 자식에게까지 살해 위협을 받는 상황, 희대의 흉악범이라도 더 이상 갈 곳이 있을까.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된 법 정의의 현실을 뒤집는 이야기로 '사적 복수'를 소재로 하는 스릴러들이 다수 등장한 바 있다. <노 웨이 아웃>도 그 계보를 이루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쫄깃해진 건 다양한 저마다의 욕망을 가진 캐릭터가 선명하게 그려졌고 그래서 그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죗값을 다 치렀으니 자신도 경찰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김국호 같은 흉악범, 룰렛을 돌려 그를 죽이는데 200억의 현상금을 건 가면남, 또 어쩔 수 없이 그 흉악범을 보호해야하는 형사 백중식,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희대의 흉악범과도 쇼를 벌이는 정치인 안명자(염정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김국호의 변호인을 자처한 이상봉(김무열), 백중식이 가져간 돈가방을 되찾기 위해 납치 살인까지 하려는 윤창재(이광수)가 그들이다. 게다가 조커처럼 안명자의 사주를 받은 킬러 미스터 스마일(허광한) 같은 인물까지 더해져 장르적 재미를 높였다.

8부작으로 시즌1을 끝냈지만 <노 웨이 아웃>은 다시 룰렛 게임을 제안하는 가면남과 그 가면남을 찾아 나서는 백중식, 미스터 스마일의 모습을 여운으로 남겨둠으로써 시즌2를 기약했다. 만일 시즌2로 돌아온다면 김국호라는 흉악범이 시즌1의 메인 서사였던 것처럼 또 다른 흉악범을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그 서사 또한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는 여전히 영원히 고통받는 피해자와 달리 잘 살아가는 가해자들이 적지 않고 그래서 그들이 '갈 데가 없어지는' 이야기에 대한 갈증 또한 클 수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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