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살인예고' 30대 2심 징역형 집유…1심 무죄 뒤집혀

'칼부림' 예고 글 올리고 8초만에 삭제
1심 "고의성 단정 어렵다" 무죄 선고
2심 "삭제했다고 고의성 없는 거 아냐"

[서울=뉴시스] 온라인 플랫폼에서 혜화역 흉기 난동을 예고한 게시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의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뉴시스DB) 2024.08.22.

[서울=뉴시스]이소헌 기자 = 온라인 플랫폼에서 혜화역 흉기 난동을 예고한 게시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의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조정래·이영광·안희길)는 22일 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 국적 왕모(32)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협박 혐의는 무죄로 보고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이 무죄로 판단한 협박 혐의를 유죄로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은 피고인이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했다는 점을 근거로 고의가 없거나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서 글이 전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이 작성한 살인 예고글은 캡쳐돼 인근 대학교 커뮤니티 등에 재차 게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와 같은 행위와 글 내용이 안전을 위협하고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전파된 이상 비록 삭제했다고 해도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거나 고의가 없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유죄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살인 예고에 사람들은 혜화역을 방문할 의사결정 내지 실행 자유가 침해됐다"며 "경찰들이 배치돼 비상근무를 하는 등 저지른 범행을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왕씨의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기간이 길다"고 언급했다.

왕씨는 지난해 9월 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5일 오후 3시에서 12시 사이 혜화역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글을 올리고 8초 만에 지웠지만 경찰은 해당 플랫폼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으로 이튿날 서울 종로구 자택에 있던 왕씨를 체포했다.

조사 과정에서 실제 범행에 쓰일 만한 흉기는 발견되지 않아 왕씨에게 살인예비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또 왕씨는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해 국내 체류 기간이 2021년 3월21일 만료됐음에도 귀국하지 않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1심은 지난해 12월 왕씨에 대해 협박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당시 1심은 "글을 게시한 지 8초 만에 삭제한 피고인에게 협박의 고의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협박 혐의의 경우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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