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응급의료 대책, 응급실 경증환자 본인부담 비용 인상··· 현장 “경증 환자 안 줄 것”

이혜인 기자 2024. 8. 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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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응긥의료체계 유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올려 인력 충원을 유도하고, 경증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할 시에 진료비 본인부담분을 인상하기로 했다. 응급실 과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다. 현장 의료진들은 당장의 응급실 위기를 막기에는 효과가 적은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응급의료체계 유지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충북대병원, 속초의료원 등의 응급실이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전공의 부족 사태로 인한 지역 거점병원의 응급진료가 위기라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박 차관은 “많은 국민들께서 더 위급하고 위중한 환자를 위해 대형병원 이용을 자제하고 계시지만,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증과 비응급 환자는 약 42%로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현장 상황을 고려해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의료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인건비 등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2월부터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100% 가산해 지급하고 있는데, 추가 인상을 추진한다.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 인건비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또 중증응급환자 수용율 등 응급 환자 기여도를 평가해서 의료기관에 추가 보상금(인센티브)을 지원하기로 했다.

박 차관은 “응급의학 전문의는 작년 1418명에서 올해 1502명으로 증가하는 등 그간 전문의를 확충해왔다”며 “응급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전공의들이 500명 정도 이탈해 공백을 메우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추가 대책을 강구할 때 가급적이면 현재 인력 이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했다)”며 “중증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권역센터나 상급병원의 인력이 하방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료도 인상한다.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4~5에 해당하는 경증·비응급환자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외래진료 본인부담분을 현행 50~60%에서 더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박 차관은 “(진료비) 일부는 건강보험으로 당연히 부담하는데 어쨌든 경증이나 비응급환자의 트래픽(이용량)을 최소화할 필요는 있다”며 “소폭을 가지고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서 조금 더 과감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4개 권역응급의료센터 외에 지역응급의료센터 136개 중 15개 내외를 지정해 거점병원 역할을 부여하고,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내놨다.

현장 의료진은 정부의 대책이 중장기적으로는 필요한 것이지만, 당장의 응급실 위기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본인부담분을 올린다 해도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 이용을 당장 줄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경증 응급 환자의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원급 기관이 없고, 응급실 비용을 실손 보험에서 대부분 보전해주는 이런 구조에서는 경증 환자들이 결국 응급실을 오게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찰료 가산 등 현재 수준의 대책에서 의료인력이 현장에 더 채워지진 않을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추석 연휴까지도 응급실이나 중환자 진료 위기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8월말에는 꺾일 것 같지만, 실제 중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의료체계가 부담을 느끼는 시기는 유행 정점 1~2주 후”라며 “만약 9월 첫째 주까지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면, 추석 연휴에 중환자 진료 부담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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