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SUV 전기차 접고, 혼다 해외투자 공세…미·일 車 온도차 왜?

양지윤 2024. 8. 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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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 전기차 생산 연기서 취소로 계획 변경
전기차 배터리, LG엔솔과 미국 이전 추진…
수익성 높은 하이브리차도 확대
혼다, SUV 전기차 공장 오하이오주 건설 추진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 하이브리드차로 번 돈 전기차에 투자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세계 전기차 시장 부진 여파로 완성차 업계가 잔뜩 움츠러든 가운데 미국 2위 차량제조사인 포드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 계획을 백지화했다. 포드는 전기차 사업에 대한 설비투자를 10% 축소하고, 차량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는 등 전기차 사업 속도 조절에 나섰다. 반면 토요타자동차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로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북미 지역에 생산 설비 구축에 나서는 등 전기차 대응에서 확연한 온도차를 보여 주목된다.

(사진=AFP)
21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포드는 당초 생산 일정을 연기했던 대형 SUV 전기차 생산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포드는 대형 SUV 전기차 출시 시점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늦췄다가 이번에 생산 계획을 완전히 접었다.

포드는 새로운 전기 픽업트럭 출시 시점도 2027년으로 기존 2026년에서 1년 늦추는 한편 전기차 사업에 대한 연간 설비투자 비중도 기존 40%에서 30%로 줄이기로 했다.

포드는 대형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는 대신 중국산 전기차에 대응할 수 있는 저가형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전기차 원가를 좌우하는 배터리의 조달 계획도 재검토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함께 머스탱 마크-E 모델에 사용되는 일부 배터리의 생산을 내년 폴란드 공장에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전기차보다 차량 수요가 많은 하이브리드차 사업에도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6분기 연속 적자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전기차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도 중서부 미시간주 공장에서 대형 전기차 생산을 2년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AFP)
반면 전기차 시장에 비교적 뒤늦게 뛰어든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해외 생산설비 구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 완성차 판매량 2위인 혼다는 해외용 고급차 브랜드 ‘아큐라’로 새 SUV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는 2025년 말부터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아큐라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아큐라는 혼다와 GM이 차세대 전기차 공동개발을 중단한 뒤 독자 개발 플랫폼을 적용한 첫번째 모델이다.

앞서 혼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총 1조7000억엔을 투자해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 신공장이 가동되면 오하이오주를 포함 북미에 2개의 전기차 공장을 보유하게 된다. 혼다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전기차 생산 규모를 200만대로 늘리는 게 목표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사장은 “현재 시장 동향에 기반한 중장기 전략은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자동차도 올해 미국 켄터치주와 인디애나주 공장에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에 총 27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토요타자동차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지난 4~6월 현지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급증하는 등 선방했다는 평가다.

일본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부진 속에서 해외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하이브리드차가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차량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전기차 투자의 재원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토요타와 혼다의 합산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닛케이는 “일본 완성차 기업들은 장기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하이브리드차량의 감가상각이 끝나가고 있으며 차량을 만들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라며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적고, 전기차 투자 전환으로 인해 비용 압박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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