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는 금리인하 여건 조성…부동산 상승심리 자극 안 돼"[일문일답]
금통위원 전원 '동결' 만장일치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2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더 커졌다"면서도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을 더 가속할 위험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올해 지난 1월과 2월, 4월에 이어 이번 금통위에서도 또 동결하며 13회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 총재는 동결 결정 배경에 대해 "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물가 및 성장 흐름과 함께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였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11일 금통위 때와 비교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금통위원 수가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게 된 배경은.
물가상승률만 봐서는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이라는 데 확신을 갖고 있다. 농산물 가격을 봤을 때 앞으로 몇 달간은 물가 목표치에 수렴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만 봤을 땐 금리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기 부진이라 보긴 어렵다. 올해 성장률 2.4%는 잠재성장률 2%보다 높다. 다만, 내수 성장률이 더딘 건 사실이고 차별화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금리를 동결한 건 내수는 시간을 두고 대응할 수 있는 반면 부동산 가격 등 금융안정은 지금 막지 않으면 좀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8월에는 금리를 동결하는 게 맞다고 금통위원들은 판단했다.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는데,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진 것인가.
경제성장률을 낮추면서 앞으로 더 경기가 나빠지는 게 아니냔 우려가 있다. 이번에 성장률을 2.5%에서 2.4%로 낮춘 건 1분기 성장률을 반영한 것이다. 1분기 성장률이 큰 폭으로 높았던 건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기술적으로 낮춘 것이지 경제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2명은 3개월 후에도 3.5%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4명은 기본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의 정책도 시행되는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고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 결정을 하자는 의견이다. 나머지 2명은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고 향후 3개월은 금융안정에 보다 유의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봤다.
-KDI 등 기관에서 내수 부진 우려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내수만 봤을 때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인가.
KDI 전망치는 한은보다 높아서 경제를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KDI가 인하가 적절하다고 한 건 아마도 전망의 차이라기보다는 KDI에서 내수나 경제성장에 더 중점을 둬서다. 저희는 금융안정과 물가안정 모두 같이 봐야 하므로 서로 다른 정책 제안을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내수에 대해선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회복이 더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성장률이 2.4%인데 소비 성장률은 1.8%로 보고 있다. 큰 차이가 있으니 더딘 게 아닌가 하겠지만, 소비는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항상소득'이라고 전반적인 소득 수준이 움직이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잠재성장률을 2%로 볼 때 1.8% 소비 전망은 비교적 낮지만 크게 낮은 수준은 아니다. 소비 중에서도 전반적인 소비가 나쁘다고 해석하지 말고 그중에서도 자영업자가 취약계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식하는 게 보다 정확하다.
-소수의견 없이 '3개월 이내 인하 가능성'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만으로 금리 결정 변화가 있을 수 있나.
과거에는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가 없었기 때문에 소수 의견을 가지고 시장과 커뮤니케이션해왔다. 소수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금리가 변동할 방향을 얘기했다. 이번 8월은 여러 위기를 볼 때, 6명 전체가 동결이 좋겠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네 분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현재와 미래의 결정을 분리했다고 볼 수 있다. 미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 자체가 인하한다는 게 아니고 조건부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좀 더 명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부분은 내부에서 연구 중이다.
-최근 수출 호조세에도 내수 경기는 악화하고 있다. 수출 호조가 내수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있다. 첫째는 현재 수출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원인의 대부분은 반도체와 IT 수출이 주도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가 있었다. 하반기에는 물량이 늘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보고 있다. 둘째는 작년에 반도체의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보너스가 거의 없다 보니 임금이 많이 안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 반도체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이 오르면서 하반기 내수로 연결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통상 1년의 시차가 두고 반영된다. 만약 인하를 단행할 경우 내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금리를 인하할 경우 내수 부문에서 투자 수요는 짧은 시차에서 영향을 줄 수 있겠다. 반대로 소비는 긴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줄 것이다. 소비가 떨어지는 건 구조적인 문제다. 고용 증가의 대부분은 고령층에서 많이 올라가고 있고, 20~40대 고용은 줄고 있다. 이는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를 보면 20~40대가 더 많고, 고령층은 저축을 많이 하는 추세다. 소비가 떨어지는 건 결국 인구와 관련된 구조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금리를 낮추더라도 소비 증가에는 제약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리를 낮추면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등 빚이 많은 이들의 빚 상환에는 도움이 되겠다.
-시장금리가 최근 20bp가량 더 떨어지는 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하다. 과도한 움직임이 일어나는 원인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속도보다 시장의 3년, 10년물의 하락 속도가 과해 보인다. 금리 인하 시점에선 그런 현상이 일어났지만 과거와 비교해도 정도가 심한 정도란 점에선 금통위원들 모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제적, 국내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작동하고 있는 점이 하나의 요인이다. 또 수급 요인이다. 올 한해 발행할 장기국채의 3분의 2 정도가 상반기에 발행됐기 때문에 하반기 국채발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데 베팅을 하는 것 같다. 해외 투자자의 경우, 외환시장 구조화 개선으로 인덱스에 포함될 가능성을 9월~내년 말로 보고 있어 이에 대한 준비로 수요가 올라 선물 시장 투자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것이 가격을 낮춰서 작용하는 게 아닌가 보고 있다.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선 미국과 독자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너무 동조화되는 게 아닌가.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나라 시장이 과거보다 훨씬 더 미국에 따라가는데, 주식도 동조화되면서 시장이 선진화되는 것이라 보고 이런 트렌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본다. 외환시장에서 상반기만 해도 외국인의 국내 투자보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움직이는 규모가 두 배에 달했다. 외국에 동조되기보단 서학개미의 영향을 받는 시장 구조로 변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변수가 해외 변수와의 동조화가 심화될 걸로 본다.
-실명 대신 익명성이 보장되는 '3개월 인하 가능성' 포워드가이던스에 금통위원들이 숨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익명으로 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 3개월 인하 가능성 의견을 밝힐 때 실명을 공개하면 예측을 잘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걸 생각해 추후 의견을 조정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또 총재 이름으로 나가는 숫자가 다른 위원보다 다르게 취급될 가능성이 큰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앞으로 점도표를 하더라도 익명으로 하는 것이 좋고 굳이 필요하다면 금통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언론과 소통하면 된다고 본다.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순간 더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영끌족에게 '저금리를 기대말라, 부동산 불패 신화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경고했다. 당시 영끌족에 대한 경고가 지금도 유효한지.
부동산 가격은 올라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빨리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끌족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에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데 대해선 자기 책임을 지는 거다. 다만 2018~2021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올라갈 거라 본다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서 정부가 공급 대책을 발표했단 점이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와 달리 현실적이고 과감하다. 정부의 공급 정책이 실현되길 바라고, 이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것을 제약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두 번째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다. DSR 규제는 부동산 가격 증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DSR이 강화될 가능성이 더 커졌고, 금융위원들도 명시적으로 지금 발표한 수요 대책이 부족할 경우 추가적으로 수요 대책을 위해 금융안정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현 금통위원들은 한국은행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금리를 인하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금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합리화시킬 수 있고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욕을 먹을 수 있다. 그래서 저희가 고려하는 것은 다른 요인들은 시차를 두고 나중에 반응해도 되지만 부동산 가격 등 금융 안정 요인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경우, 한국은행 혼자서 계획을 할 수 없다.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역할 분담을 하고,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금리는 만장일치 동결했지만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열어두면서 10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것 같다. 10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과도한 반응인가.
지금 상황은 어느 측면을 보는가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많은 기관들이 서로 다른 의견으로 저희를 평가하는 건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10월 금리 인하가 확실하다고 보는 건 보는 사람들의 해석이다.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의견은 10월과 11월을 모두 포함한 의견이다. 앞으로 나올 지표들을 살펴보면서 10월에 금리를 결정하도록 하겠다.
-최근 환율이 많이 떨어졌다. 더 이상 한은이 금리 결정에 있어 환율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며칠 사이 환율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안전하거나 마음을 놓았다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지난 5일 블랙먼데이 등 해외 요인에 의해 많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감을 갖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강연과 9월 초 고용보고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이 명확한 방향으로 간다면 국제 요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국내 요인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정책을 수행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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