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도 못 밟은 꿈의 무대...日, 고시엔 결승에 열광하는 이유는

배준용 기자 2024. 8. 22. 16: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시엔 인기, 프로야구 능가
최대 야구 축제이자 국민 축제
재일 교포들도 “감격스럽다”
고시엔 결승에 오른 교토국제고. /교토국제고 홈페이지 캡처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23일 10시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야구장에서 열리는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상대도 사상 처음 고시엔 결승에 오른 간토다이치고교다.

두 학교의 맞대결은 일본에서도 큰 화제다. 옛 수도인 교토 소재 고교와 현 수도인 도쿄 소재 고교가 고시엔 결승에서 맞붙은 건 106년 고시엔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일교포 사회도 들썩인다. 특히 60대 이상 교포들을 중심으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방영될 때 눈물을 흘렸다” “결승에 진출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격스럽다”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 고시엔 첫 결승 진출을 기뻐하는 교토국제고 선수들/연합뉴스교도통신

프로야구 인기가 고교야구 인기보다 월등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고시엔의 인기가 일본프로야구(NPB)를 능가해 전국민적 수준이다. 한신고시엔구장에서 본선이 치뤄지는 약 2주간은 일본 NHK가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고 시청률은 30%대에 이를 정도. 고시엔을 “일본 최대의 야구 축제이자 국민적 축제”라 해도 무방하다.

일본 내 3700여고교 야구부에서 뛰는 고교야구선수들의 목표는 프로 진출이 아닌 ‘고시엔 본선에 한 번이라도 나서보는 것’이 훨씬 더 많단다.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리는 본선에 가려면 지역 예선을 뚫어야하는데, 이거부터 하늘의 별따기다. 고시엔 본선에 나설 수 있는 팀은 47개 일본 광역자치지역마다 오로지 1개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훗카이도와 도쿄도는 2팀이 나설 수 있어 딱 49개팀만 본선에 나서는데, 지역예선부터 단일 토너먼트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이라도 지면 곧바로 탈락이다. 고시엔 우승까지 하려면 보통 13~15연승을 해야하니 웬만한 강팀도 고시엔 우승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천하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조차 고교 시절 두 차례 고시엔 본선에 나섰지만 모두 1차전에서 탈락했다. 교토국제고가 결승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일본 고교 선수들 대부분에게는 ‘꿈같은 일’을 이룬 것이다.

이렇다보니 매년 고시엔 대회에선 경기에서 패한 고교 선수들이 통한의 눈물을 흘리면서 고시엔구장의 흙을 손으로 퍼가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1946년 열린 28회 고시엔 준결승에서 탈락한 도쿄고등사범부속중학교가 “내년에 꼭 돌아와 다시 흙을 뿌리자”며 흙을 퍼간 것에서 유래된 전통이다. 지금은 고시엔 참가 자체를 기념해 진 팀과 이긴 팀 선수 모두 고시엔구장 흙을 조금씩 퍼간단다.

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와 같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 구장/아사히신문 디지털

선수 보호를 위해 투수의 투구수를 제한(일일 최대 105구, 91구 이상 투구시 4일 의무 휴식)하는 한국 고교야구와 달리 일본 고시엔은 투구수 제한이 관대해 매년 혹사 논란도 반복된다. 2020년 대회부터 한 투수의 3일 연투를 금지하고 일주일에 500구 이상 던지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 생겼지만 여전히 한국보다 관대한 편. 그 전에는 무더운 8월에 팀의 에이스 투수가 1경기에 170구, 6경기서 881구를 던지는 등 늘 논란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교토국제고에서는 2학년 좌완 에이스 니시무라 잇키가 이번 대회 2차전과 8강전에서 완봉승을 한데 이어 지난 준결승에서도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무려 2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근래엔 프로 진출을 꿈꾸는 선수는 팀에서 자체적으로 투구수를 조절하지만 여전히 “투구수 제한을 풀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고교야구 선수들은 프로 진출보다 고시엔 무대를 더 중시하고, 프로에 진출할 실력이 되어도 회사 취직과 실업팀에서 뛰는 걸 더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일생의 무대 고시엔에서 단 한번의 우승을 위해 혹사를 스스로 감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교토국제고의 결승전 진출은 열악한 환경에서 이룬 일이라 의미가 더 크다. 교토국제고의 운동장은 최대 거리가 60m에 불과해 외야 연습은 할 수 없어 선수들은 외야 연습을 위해 다른 연습 구장을 빌려 훈련을 이어왔다. 교토국제고에는 현재 일본 전역에서 재일교포들의 격려 전화와 기부가 이어지고 있단다. 23일 결승전에서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이번 대회에서 여섯번째로 울려퍼질 예정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