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즈 "이제 4쿼터, 참호에서 블로킹하겠다" 부통령 후보 수락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대선 러닝메이트로 낙점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자유를 위한 투쟁'을 강조하며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했다. 민주당 전당대회(DNC) 셋째 날인 이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 의장 등 정치권 유명 인사들이 연설하며 월즈에 힘을 실어줬고 오프라 윈프리, 스티비 원더 등 스타들도 자리를 빛냈다.
21일(현지시간) CNN·뉴욕타임스(NYT) 등을 종합하면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사흘째 진행 중인 DNC 행사에서 월즈 주지사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하며 "미국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을 수락하게 된 것은 내 인생 최대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자신을 '교사', '코치'로 소개하며 살아온 삶을 소개했다. 월즈 주지사는 "나는 네브래스카주에 위치한 '400여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에서 성장하면서 삶을 시작했다"며 "이웃을 돌보는 법을 배우며 자랐고 이는 이웃에게 기여해야 할 책임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향해서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2025'는 자기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월즈 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의 진보적 정책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신이 누구이든 해리스는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를 위해 일어서서 싸울 것"이라며 "만약 당신이 중산층이거나 중산층이 되려는 가족이라면 해리스는 당신의 세금을 깎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방약의 가격에 압박받고 있으면 해리스는 거대 제약회사에 맞설 것이고, 주택 구입을 희망하면 주택을 더 저렴하게 하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고등학교 미식축구 코치로 일했던 월즈 주지사는 축구에 대한 비유를 통해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 팀은 4쿼터에 접어들었고, 계속 필드를 질주하고 있다"며 "우리의 임무는 참호로 들어가 블로킹과 태클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굶주리는 아이가 없는 곳으로 만들고, 어떤 공동체도 소외되지 않는 곳을 만들겠다"고 했다.
미국 정치권 유명 인사들도 무대에 올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에 비유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바이든은 정치인으로서는 정말 하기 어려운 일, 자발적으로 정치권력을 포기했다"며 "그의 용기, 연민, 그의 품격, 그의 봉사, 그의 희생에 감사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고 "해리스는 이번 선거에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비전, 경험, 기질, 의지, 그리고 순수한 기쁨을 가진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혼돈을 만들어낸 후 그것을 마치 귀중한 예술품인 것처럼 큐레이팅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틀 전 나는 78세가 됐지만, 트럼프보다는 젊다"고 했다. 실제로 클린턴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두 1946년 출생했으며 6월 출생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8월 출생 클린턴 전 대통령보다 생일이 빠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은 사심 없이 국민을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고, 기꺼이 싸울 수 있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성화를 넘겼다"며 "해리스는 용감한 지도자, 자비로운 지도자, 평범한 미국인들에게 진정한 결과를 가져다줄 상식적인 지도자"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헤어졌지만 사라지지 않을 옛 남자친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는 지난 4년 동안 미국 국민과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다"며 "형, 우리가 당신과 헤어진 데는 이유가 있어"라고 말했다. "우리가 다시 모일 이유는 없다"는 유명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말을 인용했는데, NYT는 이에 대해 "스위프트가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보낼 수 있다는 소문과 희망을 부추길 것이 분명하다"고 짚었다.
한국계 의원인 앤디 김 민주당 하원의원도 이날 연설했다. 그는 의회 폭동 사태를 회상하며 "(2021년) 1월6일에 내가 배운 건 우리 모두가 위대한 공화국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있다. 해리스를 선택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김 의원은 사건 다음 날인 7일 새벽 홀로 의사당을 찾아 무릎을 꿇고 쓰레기를 줍는 장면이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확산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앤디 김은 한국인 이민 2세대로, 2018년 민주당 하원의원으로 워싱턴에 입성한 뒤 오는 11월 선거에서 연방 상원의원 진출에도 도전한다.
이날 특별 게스트로는 '토크쇼의 여왕' 윈프리가 깜짝 등장했다. 윈프리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민자의 자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조만간 나는 인도인 어머니와 자메이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상주의적이고 활기찬 아이가 어떻게 성장해 미국의 47대 대통령이 되었는지에 대해 우리의 딸과 아들에게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윈프리는 연설 후 인터뷰에서 "오늘 밤 전당대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하겠다고 했다"며 "올가을 민주당의 표를 얻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NYT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한 명인 윈프리는 무소속 유권자들에게 분명한 호소를 했다"며 "이것은 이곳에 모인 민주당 의원들을 훨씬 뛰어 넘어서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유명 가수 스티비 원더, 존 레전드 등도 공연했다. 특히 원더는 무대에 올라 "선택은 명확하다. 우리는 분노보다 기쁨을, 비난보다 친절을, 전쟁보다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 후 자신의 히트곡 '하이어 그라운드(Higher Ground)'를 불렀다.
한편 전당대회 셋째 날은 '우리의 자유를 위한 투쟁(A fight for our freedoms)'이라는 테마로 진행됐으며 낙태권에 대한 영상으로 시작됐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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