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돌봐준 삼촌 ‘둔기 살해’ 혐의 조카 1심서 무죄, 왜?

재판부 "직접 증거 없어 제3자 범행 배제 못해” 
"범행 도구서 DNA도 발견 안 돼"

법원 판결. 게티이미지뱅크

한집에 살며 수십 년간 자신을 돌봐준 삼촌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조카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 고권홍)는 22일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에게 “검찰의 증거가 범죄사실을 인정할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한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제삼자의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기록상 제삼자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제삼자의 침입 가능성이 없다고 확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건물 공동 현관문에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어 누구나 출입할 수 있었고, 범행 현장에 출입한 제삼자 출입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만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과거 사업하면서 다수의 이해관계인과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등 다툼의 정황이 많아 제삼자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범행도구로 특정된 십자드라이버에서 A씨의 유전자정보(DNA)가 발견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처 형태를 봤을 때 드라이버 날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아 십자드라이버가 범행 도구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또 다른 범행도구로 특정된 전기포트에서도 피해자의 혈흔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피고인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씨가 과거 피해자를 삽으로 내리쳐 상해를 입힌 적은 있으나, 이는 조현병으로 인한 공격적 성향 내지 양상에 불과해 범행을 인정할 만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범행 직후 자신의 행적에 대해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고 피해자의 아들이 주거지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은 점 등은 납득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검찰 공소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올해 1월 31일 밤부터 2월 1일 오전 사이에 경기 수원시 주택에서 30년간 함께 살아온 삼촌 70대 B씨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B씨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불에 싸여 방치된 B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집 안에 있던 A씨를 긴급 체포했다.

검찰은 이 사건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으나,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7세 정도의 지능인 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인 점을 참작해달라"고 변론했다. A씨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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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