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공전 속 가자 중부 진격…주민들 “그냥 전쟁 멈춰 달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부로 지상전을 확대하며 새로운 대피령을 내려 이미 여러 차례 피란길에 내몰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휴전 협상을 조속히 타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데이르 알발라 일부 지역에 새로 대피령을 내렸고, 이후 데이르 알발라 동부에 있던 인도주의 구역을 축소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지역의 하마스 세력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에서 지상전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와파통신은 데이르 알발라에서 “집중적인 공격”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피령이 내려진 일대에는 난민 15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들 중 수천명이 담요, 식량 등 기본적인 소지품을 등에 지고 도보로 피란길에 올랐다. 한 주민은 “오늘 아침부터 데이르 알발라 동쪽에서 포격과 총격이 발생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CNN에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지난해 10월 이후 네 번째 대피다. 가자지구 전체가 위험해져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 대피령으로 유엔과 인도주의 단체의 사무실, 창고 등도 영향을 받았고 수만명에게 물을 공급했던 우물 3개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이번 달에만 11차례 대피령을 내렸다며 “가자지구 인구 약 90%는 전쟁 이후 한 번 이상 이주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학교와 난민촌 등이 공격을 받으며 최소 50명이 숨지고 12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은 또다시 공전했다. 지난 17~20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직접 이스라엘과 중재국을 방문했으나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평행선을 달리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며 “협상 마무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으나,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후 성명을 내 “전쟁의 모든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가자지구의 국경인 필라델피 회랑과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들이며 휴전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를 부인했다. 이스라엘 매체 예디오트 아하로노트는 “블링컨이 이러한 주장을 하면서 협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핵심 중재국인 이집트 쪽에서도 타결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가자지구 주민들과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은 휴전과 인질 귀환을 촉구했다. 가자지구 주민 모하메드 야세르는 “우리는 지원이나 식량 쿠폰을 원하지 않는다. 그냥 이 전쟁을 멈춰달라. 우리 딸은 전쟁통에 나고 자랐다. 충분히 고통받았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들은 성명을 내 “협상에 대한 완전한 책임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총리 자신이 말했듯 협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 한다면 그는 직접 비행기를 타고 가서 인질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했다.
하마스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의 아버지 존 폴린은 이날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3일 차 무대에서 “이곳은 정치적인 행사이지만 우리 아들과 모든 인질을 집으로 보내달라는 요구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인도적인 사안”이라며 “평화를 가져오고 인질을 되찾고 무고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을 끝내는 길은 휴전 협상 타결뿐”이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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