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영, 최태원과 공동으로 노소영에게 20억원 지급하라”

노소영 손해배상 소송서 승소
이혼 항소심과 같은 액수 인정
상간 소송 위자료로 이례적 액수
“선진국 수준으로 위자료 높아져”

SK그룹 최태원 회장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이광우)는 22일 노 관장이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최 회장과 공동으로 원고에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항소심에서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단, 두 소송은 하나의 부정행위에 따른 것인만큼 노 관장이 받게될 위자료가 40억원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로 김 이사장도 위자료 20억원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변호인인 김수정 변호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노 관장 측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을 상대로 제기한 ‘30억 위자료 소송’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에 의해서 피고와 최 회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공개적 행보 등이 노 관장과 최 회장의 근본적인 신뢰관계를 훼손하고 혼인을 파탄나게 한 점이 인정된다”면서 “피고(김 이사장)의 책임이 최태원과 비교해 특별히 달리 정해야 할 정도로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도 최태원과 동등한 액수의 위자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정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 측은 결혼 관계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파탄 난 상태라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이사장과 최 회장은 ‘부진정연대채무’로서 위자료 20억원을 내게 됐다. 두 사람 모두 20억원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한 사람이 위자료를 갚으면 나머지 한 사람의 지급 의무도 그만큼 사라진다는 뜻이다. 두 사람 중 누가됐든 20억원을 지급할 때까지 책임을 지우는 방식이다.

이날 선고 후 노 관장 측 대리인 김수정 변호사는 “원고와 자녀들이 겪은 고통은 어떠한 금전으로도 치유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렇게 무겁게 배상 책임을 인정해 주신 것은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를 보호하시려는 법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노소영 관장님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저는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항소하지 않겠다. 법원에서 정한 의무를 최선을 다해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 측이 해당 위자료를 최 회장보다는 김 이사장에게 집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0억원이라는 금액에 보다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당사자가 김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이 내려진 뒤에도 노 관장 측이 최 회장 측에 위자료를 가집행하지 않은 이유도 김 이사장에게 청구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많았다. 재산분할의 경우 판결이 확정돼야 집행할 수 있지만 위자료에 대해서는 가집행이 가능하다.

이번 판결로 전체 민사 사건 위자료가 상향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1억원 이하에 머물던 위자료 수준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폭 상향됐기 때문이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존재 윤지상 변호사는 “선진국인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기존 위자료 액수가 너무 낮아서 국민의 공감을 받지 못했다”면서 “최태원 회장 노소영 관장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을 기점으로 이혼 뿐만 아니라 여러 민사사건에서 위자료 액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