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전문가 108명 '전천후 지원'…"병원發 의료 산업 꽃 피울 것"
지난 14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K-의료'의 새역사로 남을 낭보가 전해졌다. 서울대병원이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의 위탁운영 계약 연장(2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UAE에 진출한 존스홉킨스, 메이요클리닉 등 세계 유수의 병원도 10년 이상 위탁운영을 지속하지 못했다. 전 세계 최초로 '마의 10년' 장벽을 서울대병원이 유일하게 넘어서며 'K-의료'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졌다.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학병원뿐 아니라 종합병원, 의원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힘찬병원이 2018년 UAE 샤르자대학병원(UHS) 내에 개소한 '힘찬 척추관절 센터'(Himchan Joint&Spine Center)는 현지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환자는 5만 8185명, 수술은 1771건을 넘었다. 해외 성공 경험은 2019년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 추가로 종합병원을 세우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타 중동 지역에도 병원 내 병원 형태의 추가 진출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 봇물을 이루게 한 '숨은 조력자'다.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의료기관에는 사업화, 금융·투자, 법·제도, 조세 등 12개 분야의 일반(수시 접수)·심화(연간 1~2회 공고)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한다. 해외 진출을 마음먹은 병원은 '의료 해외 진출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통해 시장조사부터 법률 자문, 홍보마케팅 등 진출에서 정착까지 '전천후 지원'을 펼친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에 발맞춰 해외 진출 의료기관은 연평균 45% 증가해 지난해까지 31개국, 총 204곳으로 확대됐다. 올해는 35곳을 더 늘리겠다는 게 보건산업진흥원의 목표다. 임영이 보건산업진흥원 의료해외진출단장은 "해외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의사·행정직부터 법률가까지 총 108명의 전문가풀(GH-KOL)이 반복적, 포괄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며 "일반·심화 컨설팅에 이어 해외 진출 프로젝트 지원사업을 통해 현지 진출·정착을 돕는다. 모집 정원의 2배 이상이 신청하고 선정된 70~80%는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해외 진출한 병원이 '쓴맛'을 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거나 초기 지분율 설정에 실패해 쫓기듯 몸만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의료 행위의 범위, 인허가 등 각 정부가 협상으로 풀어야 할 '난제'도 다양하다. 임 단장은 "실패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보완한 결과 이제 해외 진출한 병원이 문을 닫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현지에서 병원을 더 늘리는 프렌차이즈 사업이나 화장품, 의료재료, 병원경영지원회사(MSO) 등과 동반 진출로 추가 수입을 얻는 사례도 나온다"고 전했다.
코로나19(COVID-19) 시기 의료서비스혁신단장으로 '스마트병원 선도 사업'을 주관한 임 단장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선진화된 병원 운영 시스템이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키오스크, 전자 의무 기록 시스템(EMR)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대·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부터 중소형 병원까지 현지 정착에 성공한 각 병원은 그 자체로 'K-의료'의 우수성을 상징하는 만큼 의료 산업의 해외 진출 거점으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게 임 단장의 판단이다. 병원도 추가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 '윈-윈(WIN-WIN)' 다. 이를 위해 보건산업진흥원은 올해 초부터 MSO를 포함해 다양한 사업군을 포함한 컨소시엄 형태의 진출에서 이미 자리 잡은 병원을 한 데 묶는 거점화 병원. 서울대병원과 같은 대규모 중·대형 병원 진출로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임영이 단장은 "외국인 환자 유치, 10년 이상 이어진 사우디 등과 의료 인력 교류를 기반으로 현지 의료진을 전문가풀에 영입할 계획"이라며 "K-의료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헬스케어 산업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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