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종 전 bhc 회장, 2심도 유죄…뿌링클-황올 10년의 ‘치킨전쟁’
2013년 bhc 매각 이후 양사 분쟁 시작…손배 소송 등 다툼 이어져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제네시스BBQ(이하 BBQ)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를 받는 박현종 전 bhc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도 경쟁사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국제 중재소송 관련 서류를 열람한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이를 불법 행위로 판단했다. 상고심이 남아있는 만큼 아직 소송의 매듭은 지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K치킨프랜차이즈 산업의 대표 주자인 BBQ-bhc간 해묵은 갈등사도 주목받고 있다.
22일 서울동부지법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현종 bhc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부분만 유죄로 인정됐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됐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사무실에서 BBQ 재무팀 소속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두 차례 접속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회장은 사내 정보팀장으로부터 해당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건네받아 당시 BBQ와 진행 중이던 국제중재소송 관련 서류를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회장 측은 사내 직원으로부터 BBQ 내부 전산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취득한 것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또 전산망에 접속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2022년 1심에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즉각 항소했고,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1심과 동일하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범행은 bhc의 (전)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소송에서 유리한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과 방법으로 취득한 BBQ 전·현직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접속한 사안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쟁사 내부망에 접속한 행위에 대한 2심 판단이 나오면서, 일명 '치킨전쟁'이라 불리는 제너시스BBQ-bhc 간 소송전도 재조명되고 있다. 양사간의 분쟁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됐다. 본래 두 회사는 한 지붕 아래 있었지만, 2013년 BBQ가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CVCI(현 로하틴그룹)에 1130억원에 매각하면서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당시 CVCI는 BBQ가 가맹점포 수를 부풀려 매각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매각대금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BBQ에 매도인 진술과 보증조항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CVCI는 2014년 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손해배상 분쟁을 신청했다. ICC는 CVCI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2017년 BBQ에 98억원의 배상 판정을 내렸다.
깨진 신뢰 관계…계약 해지 등 관련 소송 줄이어
이후부터 양사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BBQ는 bhc가 계약 내 정산 의무 등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bhc와의 물류 용역‧상품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bhc는 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소송전이 본격 시작됐다.
ICC의 배상 판정 이후 BBQ는 bhc 매각 당시 BBQ 글로벌 사업부 대표로 모든 과정을 주도했던 박 전 회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72억원대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서울고법은 지난해 1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박 전 회장에게 28억원의 배상 명령을 내렸다. 재판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ICC 분쟁이 진행되던 2015년 BBQ 전산망에 접속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7월에는 양사의 소송 사건 3건이 마무리됐지만, BBQ와 bhc가 동일한 판결에 제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당시 대법원은 BBQ가 bhc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bhc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 BBQ가 bhc를 상대로 낸 상품 공급 계약 등 위반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는 BBQ가 총 205억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초 bhc가 상품 공급 계약 540억원, 물류 용역 계약 관련 24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최종적으로 각각 120억원, 85억원으로 배상액이 확정된 것에 대해 양사의 시각이 갈린 것이다.
당시 bhc는 영업 비밀 침해, 상품 공급 계약, 물류 용역 계약 등 3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며 "이날 판결로 BBQ 측이 수년간 경쟁사를 죽이기 위해 무리하게 주장해오던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BBQ는 "수 차례의 법적 공방을 통해 bhc가 주장했던 내용들이 실질적 피해 구제가 아닌 경쟁사 죽이기란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손해배상 청구를 한 소송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자사가 주도권을 쥔 상태로 소송이 종결됐다고 정의했다.
양사의 소송전은 상표권과 비방글을 이유로도 진행된 전례가 있다. 2020년 BBQ는 bhc가 2019년 출시했던 블랙올리브치킨이 자사 제품인 황금올리브치킨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상표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올리브치킨'이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는 식별력 없는 단어라며 상표권 침해 행위‧부정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22년에는 bhc가 자사에 대한 악의적 비방글을 유포했다는 의혹을 제기기하면서 BBQ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bhc는 악의적인 내용이 유포되면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다며, 당시 BBQ 마케팅을 대행했던 A씨와 BBQ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BBQ가 범행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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