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타는 단통법 폐지 논의…‘절충형 완전자급제’ 대안될까

배문규 기자 2024. 8. 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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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시내 휴대전화 매장에서 시민들이 휴대폰 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1월 단통법 폐지 방침을 밝혔으나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관련 법안이 자동폐기 됐다. 조태형 기자

올해 시행 10년을 맞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가계통신비 부담이 여전하다는 공감대가 정부를 넘어 국회에서도 형성되면서다. ‘절충형 완전자급제’ 등 단통법 폐지 이후 대안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현·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단통법 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단통법은 ‘성지점’에서 휴대폰을 싸게 구매하지 못하면 ‘호갱’이 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통사 단말기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차별 없이 보조금을 지급해 손해 보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원금 규제로 이통사 간 경쟁이 줄면서 휴대폰 구매 부담은 덜어지지 않았고, 단말기 가격은 끝없이 오르고 있다. 정부가 불을 당긴 단통법 폐지 논의에 지난 6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통법 신속 폐지’ 입장을 밝혔고, 여당에서도 22대 국회 들어 단통법 폐지 법안을 재발의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폐지 이후의 대안으로는 절충형 완전자급제가 떠오르고 있다. 완전자급제란 이통사들은 대리점을 통해 이동통신서비스만 판매하고 제조사는 단말기 제조·공급만 전담하도록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 불편 등 부작용을 고려해 이통사의 재위탁을 받은 판매점에 한해 단말기와 서비스의 결합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조사 간 단말기 판매 경쟁으로 출고가가 인하되고, 중저가 단말기 판매 비중이 늘면 소비자의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며 “통신사는 요금제와 각종 서비스 차별성 위주로 경쟁하면 통신비 인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 단말기 시장이 삼성전자·애플의 복점 시장인 데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다. 제조사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절충형은 이통사의 지원금 지급을 허용하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 경쟁이 아닌 지원금 경쟁을 하는 현재 유통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통신사 못지않게 단말기 제조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의견이 적잖았다. 이통사들은 알뜰폰 등장으로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통신서비스 요금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6G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투자할 돈을 지원금 확대에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스마트폰 가격(최상위 모델)은 2014년 80만원대 후반이었으나 최근 250만원까지 올랐다. 신 교수는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단말기 구입가격 부담 완화는 제조사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및 재원 투입(프로모션, 중저가 단말기 출시 등)이 있어야만 실질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단통법 폐지 자체가 목적이 아닌 단통법의 효과와 문제점, 대안의 장단점 등에 대한 충분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통법 폐지 이후 알뜰폰 사업자 보호도 중요한 이슈다. 이통사가 지원금을 확대하며 가입자 뺏기에 나서면 알뜰폰이 고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절충형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단말기 공급이 확대되면 알뜰폰의 저렴한 요금제의 장점을 활용해 알뜰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제4이동통신 추진, 전환지원금 대폭 확대 등)은 알뜰폰 소외 정책이었기 때문에 알뜰폰 사업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초 단통법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일몰제였지만 어느새 10년이 됐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복잡하고, 완벽한 해법이 없었다는 얘기다. 현재 정부는 단통법에서 지원금 공시, 추가지원금 상한 등 사업자 간 경쟁을 제약하는 규정은 없애고 이용자 보호 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소비자 후생’을 우선해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동의했다. 이훈기 의원은 “단통법 폐지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공감대가 이뤄진 만큼, 실효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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