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나면 반드시 의사가 설명”…정부, ‘설명 의무화’ 추진
정부가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설명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환자와 가족을 도울 ‘환자 대변인’을 도입한다. 필수진료 과목을 대상으로 의료사고 배상 보험료를 지원하고, 의료사고 형사 특례 법제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22일 서울 T타워에서 열린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은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먼저 추진단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반드시 의료사고를 설명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기로 했다.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 부족로 인한 고소·고발을 줄이자는 취지에서다.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설명 과정에서 나온 사과나 유감 표시는 수사·재판 과정에 불리한 증거로 채택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의료진은 법적 분쟁을 우려해 사고에 대한 유감 표시와 설명에 소극적인데, 이같은 대응이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키워 민·형사상 고소 고발로 이어지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실제 미국에서 ‘의료사고 소통법’ 등 환자 소통 촉진을 위한 지침을 운영한 결과 월 평균 소송 건수가 2.13건에서 0.75건(미시간대학 의료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도울 ‘환자 대변인’도 신설한다. 사망 등 중상해 사건이 발생할 경우 과실·인과성을 판단할 핵심 쟁점을 담은 조정 신청서와 의견서 작성을 지원한다. 합리적 배상 범위와 기준도 제시한다.
사고 감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컨퍼런스 감정 체계’는 상임위원 1명과 의료인 1명, 법조 1명, 환자·소비자 2명 등 5인 감정부로 구성돼 있다. 주로 상임 감정위원이 감정 과정 이끌면서 사실상 비의료인 감정위원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인인 상임감정위원이 편파일 때가 많다”며 “회의를 주재하는 상임감정위원을 비 의료인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추진단은 현행 체계에서 비의료인 감정위원의 역할을 강화해 비의료인 감정부가 회의를 주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사망 등 중대 사건에는 의료인 2~3명을 감정에 투입해 의료인 감정위원 간 교차 감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아울러 감정 절차를 평가할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해 공정한 감정 여부에 대한 감시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관의 고액 배상 부담은 완화한다. 추진단에 따르면 현재 상급종합병원 평균 의료사고 배상액 규모는 약 3억7000만원(변호사 비용 제외)으로 일부 병원은 최대 3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가입 대상을 300병상 미만으로 정하고 있어 고위험 진료를 맡는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진단이다.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필수진료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배상 책임보험·공제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고, 의료사고 책임·종합보험 표준 약관을 마련해 보험 상품 개발·운영을 활성화한다. 또 불가항력에 따른 분만 사고의 경우 낮은 국가 보상금 한도를 현실화하고, 보상 범위도 확대한다.
한편 추진단은 토론회에서 필수의료행위의 경우 형사처벌을 감면·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사고 형사 특례 법제화’ 방침도 재확인했다. 다만 시민사회 등은 ‘형사특례 법제화는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어 실제 법제화 여부는 향후 추가 논의 과정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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