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정년퇴직 국장’ 개방형으로 컴백…‘회전문 인사’ 논란
민선 8기 들어 ‘이상한 인사’ 반복…내정설 돌다가 현실화에 내부 ‘뒤숭숭’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최근 음주 측정을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공무원을 승진시켰다가 취소해 물의를 빚었던 전북 남원시가 이번에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정년퇴직한 4급 공무원(국장)이 '개방형' 공모를 통해 원래 자리인 자치행정국장 자리에 두 달여 만에 복귀하면서다.
남원시는 지난 19일 개방형 직위 공모를 통해 자치행정국장에 A씨를 임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6월 하순, 남원시 자치행정국장 직을 끝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자연인 A씨'의 삶은 채 2개월도 안 돼 끝났다.
A씨의 자연인 삶은 끝났지만 그의 공직 컴백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A씨가 비록 퇴직해 외부인사로 분류됐지만 줄곧 시에서 근무했던 기존 인사가 돌아온 것이기에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남원시가 자치행정국장을 개방형 직위로 선발하는 것부터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시청 안팎에선 이번 자치행정국장 공모가 외부에서도 지원이 가능한 개방형 직위로 진행되면서 일찌감치 A씨의 복귀를 점쳤다. 심지어 일부에선 공개채용 공고가 나기도 전에 이미 A씨가 임명될 것이라는 낙점 소문까지 무성했다.
실제로 A씨가 공모에 응시하면서 의심은 더 증폭됐다. 남원시가 자치행정국장을 개방형 직위로 뽑겠다고 공고한 시기가 7월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6월 25일 정년퇴임한 A씨는 채 한 달도 안 돼 시청 문을 다시 두드린 셈이다.
소문은 그대로 현실화됐다. 개방형 공모 제도가 남원시 입맛에 따라 내정한 인사를 선발하는 '무늬만 개방'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용 공고를 보고 응시해 서류 전형에 합격한 응시자 만 해도 11명에 이르렀는데,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 A씨를 앉히기 위한 들러리가 된 꼴이다. 이번 사안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일부에선 이번 인사 역시 민선 8기 들어 납득하기 어려운 '이상한 인사'가 재연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원시는 지난해에도 경제농정국장 자리를 개방형 직위로 바꿨는데 외부인사 대신 당시 5급이었던 공무원 B씨를 임용했다.
당시에도 승진 연한이 1년 넘게 부족했던 특정인을 4급으로 승진시키기 위해 제도를 악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승진한 해당 과장은 5급 승진이 3년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4급 승진 가능한 농업직도 있지만 제외됐다.
다른 승진대상자를 제치고 승진시키려는 꼼수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였다. 해당 인사가 선거 때 도움을 준 시장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B씨가 실세로 등극했다는 게 시청 내부의 목소리였다.
결국 민선 8기 들어 두 차례 실시한 개방형 공모에서 민간인 전문가는 단 1명도 임용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모두 남원시 내부 인사로 채워졌다. 이는 남원시가 민간 전문가 등에게 공직문호를 넓히겠다는 취지의 '개방형 직위제'가 내부 승진이나 퇴직 공무원 챙기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내부 불만도 나온다. 일반직도 수행할 수 있는 직책을 굳이 개방형으로 바꾸면서까지 정년퇴임한 인사를 앉혔어야 했냐는 지적이다. 남원시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공직사회에 시장에게 충성한 공직자는 끝까지 챙긴다는 나쁜 시그널을 줘 줄서기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원시는 민선 8기 시정 방향과 자치행정국장 직위의 전문성, 특수성을 고려해 개방형을 도입했고 기준을 충족하면 공직 내부나 외부에서 모두 응모가 가능하도록 자격을 열어 놓은 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된 개방형 공모 선발심사위원회가 지원 자격에 맞춰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공정하게 합격자를 선발한 만큼 문제의 소지가 없다"며 "A국장의 경우 퇴직해 내부 직원이 아니므로, 개방형 인사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고 회전문 인사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A국장은 조직과 시정 전반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로서, 선발심사위가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한 것 같다"며 "민선 8기 시정 추진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개방형직위 공모 대상이 공직 내·외부 인사로 명시돼 있어 내부 인사나 퇴직 공무원을 채용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본래 취지와 다르게 내부 승진용이나 정실 인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단체장의 의지가 있다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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