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방지법’ ‘정청래 방지법’…정치 실종에 정쟁용 법안 남발

안규영 기자 2024. 8. 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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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14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뉴라이트 논란'을 문제 삼으며 '김형석 방지법'을 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이자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 간사를 맡은 박균택 의원은 22일 검찰의 피의자에 대한 회유나 협박을 금지하는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조작 방지법' 2건도 발의했다.

주진우 의원은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상임위를 운영한다"며 상임위원장 등이 출석한 증인에게 모욕적 언사나 협박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정청래 방지법'을 지난달 3일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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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은 14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뉴라이트 논란’을 문제 삼으며 ‘김형석 방지법’을 냈다. 독립기념관장의 결격 사유에 ‘역사적 사실 왜곡 및 날조’ 등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국회의 탄핵 소추안 표결 전 자진사퇴한 것을 문제삼으며 ‘김홍일 방지법’을 냈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편파적으로 상임위를 운영한다”며 ‘정청래 방지법’을 발의했다.

여야가 22대 국회에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상대 진영 인사를 공격하기 위한 용도로 ‘방지법’ 발의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갈등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본연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민생을 위해 써야 할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권’까지 정쟁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8월 들어 ‘김형석 방지법’만 3개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22일 “일본의 식민 지배를 미화하거나 친일 반민족 행위를 찬양한 사람은 앞으로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친일 반민족 행위자 공직 진출 금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김 관장의 뉴라이트 논란 및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의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발언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자 이른바 ‘김형석·김태효 방지법’을 당론으로 발의한다는 것이다.

같은 당 김준혁 의원도 독립기념관장이 식민사관을 정당화했을 경우 기념관 이사회가 해임하거나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기념관법 개정안을 13일 발의했다. 8월 들어 민주당에서 발의되거나 발의가 예고된 ‘김형석 방지법’만 3건인 셈이다.

이 외에도 각종 ‘방지법’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연일 쏟아지는 중이다. 민주당 이해식, 장경태 의원과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야당의 탄핵안 발의 직후 사퇴하자,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된 소추 대상자는 사직하거나 해임되지 못하도록 하는 ‘이동관·김홍일 방지법’을 지난달 잇따라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날치기 연임’ 논란에 반발하며 ‘류희림 방지법’도 3개 발의했다. 이밖에 지난해 9월 국회에서 탄핵한 안동완 검사를 겨냥한 ‘안동완 방지법’도 발의됐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이자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 간사를 맡은 박균택 의원은 22일 검찰의 피의자에 대한 회유나 협박을 금지하는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조작 방지법’ 2건도 발의했다.

‘금지법’ 발의 경쟁은 국민의힘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진우 의원은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상임위를 운영한다”며 상임위원장 등이 출석한 증인에게 모욕적 언사나 협박을 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정청래 방지법’을 지난달 3일 대표 발의했다. 최수진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본회의 보고 이후 48시간 이내에 실시하고 표결이 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 상임위 상정은 ‘0건’…“망신주기용”

이처럼 각종 ‘방지법’ 발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된 건 한 건도 없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표 발의한 의원조차도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만 법안을 내놓고 이후 통과 여부는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이동관 방지법’을 낸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 이슈 때 메시지 환기 차원에서 법안을 낸 것이고 이젠 우리 손을 떠났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발의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 각 상임위 전문위원 등 다수의 국회 인력이 위헌성 여부 등을 검토한다”며 “통과하지도 않을 정쟁용 법안을 남발하는 건 결국 행정력 낭비”라고 비판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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