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지방세 체납고지’ 선도해 뿌듯”
[서울&] [사람&]
주민번호 암호화한 연계 정보 활용모바일 전자고지, 징수업무에 접목지난해 서울시·지자체 60여 곳 확대“복지·교통 분야에도 응용하고 싶어”
‘50여억원.’ 지방세(재산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 체납을 알리기 위해 서울 25개 자치구가 우편 발송에 쓰는 한 해 평균 비용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 비용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는 자치구들과 함께 ‘스마트폰 안내·납부 서비스’를 시행했다.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다르거나 외국에 장기체류하는 납세자도 알림을 받는다. 간편인증으로 본인 확인을 하면 서울시 모바일 세금납부시스템(ETAX)으로 이동해 손쉽게 밀린 세금을 낼 수 있다.
이 ‘스마트’한 서비스를 2022년 처음 제안한 주인공은 강문영(53) 노원구 징수과 주무관(현 소상공인지원팀장)이다. 그는 모바일 전자고지를 지방세 체납징수 업무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노원구는 지난해 1월 카카오 알림톡 체납 고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지난해 5월 서울시 세무공무원 100명이 참석한 ‘지방세 제도개선 아이디어 발표대회’에서 최우수 사례로 뽑혔고, 서울시와 전국 지자체 60여 곳으로 확산됐다.
강 팀장은 지난달 행정안전부 주관 ‘제4회 적극행정 유공포상’에서 옥조 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방세 체납 고지 방식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해 전국 지자체로 전파한 점에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8일 노원구청에서 ‘서울&’과 만난 강 팀장은 “33년 이상 근무하고 정년퇴직하는 선배들이 받는 훈장을 현역에 있는 제가 받아 큰 영광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그는 1996년 세무직 공무원으로 노원구청에 입사했다. 거의 20년 동안 세무 관련 업무를 해왔다. 처음 징수과에서 근무할 때 실거주 불일치, 고지서 분실 등 미송달이 많이 생겼지만 정작 납세자는 체납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적잖은 가산금이 붙어 다툼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자주 경험했다.
2022년 1월 징수과로 발령받아 다시 와서 개선 방법을 고민하던 중 규제 특례 기술 서비스를 알게 됐다. 그는 “‘이거 뭔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박영래 국장이 전해준 기사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임시 허가를 받아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한 연계 정보로 모바일 전자고지를 할 수 있었다. 전자문서법에 따라 독촉 고지 뒤 체납 건은 납부자 동의 없이도 가능하기에 휴대폰 번호 수집 없이도 메신저(알림톡)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박상희 팀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줘 발 빠르게 관련 기술을 가진 업체를 찾을 수 있었다. 공인전자문서 중계자는 이용자가 가장 많은 카카오로 선택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주민번호 처리 근거와 목적이 적합한지에 대한 심사도 받았다. 강 팀장은 “관리자들이 믿고 맡겨주며 적절하게 권한도 줘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3개월 정도 프로세스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과정을 거쳤다. 프로세스 설계 땐 전자고지 양식을 가독성 있게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한 페이지에 납부하기 버튼까지 다 나올 수 있게 구성하고, 휴대폰 기종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줄 바뀜 등을 맞추기 위해 여러 차례 테스트했다. 그는 “연령대가 다양한 부서원 20여 명이 테스트에 함께해줬다”며 “이들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빠르고 정확한 전자고지를 위한 데이터 관리와 변환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다. 자체 시스템에서 제공한 데이터 소스를 전자고지에 적합하게 수작업으로 일일이 변환하느라 처음 몇 개월은 거의 야근하다시피 했다. 그는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검증해야 했다”며 “평소 정보통신기술 활용에 관심 갖고 공부도 해왔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자고지 업무를 맡는 누구든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업체와 협업해 자료 변환 툴(소프트웨어)과 매뉴얼까지 만들어냈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뒤 예산이 절감되고 징수율이 높아지는 성과를 눈으로 확인하며, 그는 서비스를 더 발전시켜 나갔다. 여러 건의 체납 명세를 묶어 발송하는 것, 기존 우편 발송하던 각종 통지서·안내문 등을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방안 등을 추진했다. “10건까지 일괄 고지하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을 땐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뿌듯했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동료와 함께 지방세 환급 카카오 알림톡 서비스도 만들었고, 몇 년 치 주민세 미납분을 한 번에 낼 수 있는 서비스도 제안했다.
그는 모바일 전자고지를 복지, 교통 등의 분야에도 응용해보고 싶어 한다. 특히 대상자가 연락되지 않는 거주 불명자 등록(주민등록 말소) 업무에 활용하면 복지 사각지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한다. 강 팀장은 “부모가 채무 문제로 주민등록 말소 상태에 있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취학연령 아이를 한 명이라도 찾아 도와줄 수 있으면 충분히 의미 있다”며 “관련 부서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접목해보고 싶다”고 했다. 정년퇴직을 6년 앞둔 그는 남은 기간 주민에게 도움되는 일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글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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