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효과 보려면…단말기-통신요금 따로 팔아야"

심지혜 기자 2024. 8. 2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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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이훈기 민주당 의원 '단통법 폐지 및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토론회
"단말-통신 떼고 판매점만 결합 판매…제조사, 이통사 각각 경쟁해야"
삼성, 재원 한계로 지원금 증가 어려워…소비자 불편 야기 우려도
[서울=뉴시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현·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통법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국회와 정부가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보완 방안으로 ‘완전자급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통신 요금제 판매와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는 방법을 통해 제조사는 단말기 공급 경쟁, 통신사는 요금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현·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단통법 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공유됐다.

"단통법 없애고 단말기-통신요금 분리 판매로 경쟁 유도해야"

이날 토론회에선 단통법을 폐지와 함께 단말기와 요금 판매를 분리하는 '완전자급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완전자급제는 이통사 매장에서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제조사가 직접 단말기를 판매하는 방안이다.

다만 완전자급제는 소비자들이 요금 가입과 단말 구매를 별도로 해야 하는 만큼 기존에 없던 불편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급격한 유통구조 변화는 소매 판매점들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 절충형 완전자급제다. 유통점이 완전히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닌 이통사 대리점이 선임한 판매점은 기존처럼 단말기와 요금제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단통법은 폐지하고 유용한 규정은 전기통신사업법에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되 통신사는 서비스만 제공하고 단말기를 판매할 수 없도록 분리함으로써 제조사와의 담합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절충형 단말기 자급제'를 법제화 함으로써 제조사는 단말기 공급경쟁, 통신사는 요금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도 단말기와 요금제 판매 분리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김형진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단말기와 서비스를 결합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통신요금보다 단말기 값이 더 많이 올랐다. 통신사는 비싼 요금을 쓰는 사람에게 더 혜택을 주는 게 당연하다. 유통점은 제조사가 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용자 단말기 선택권 확대와 통신비 경감을 위해서는 해외 중저가 단말기가 국내에 보급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말기와 요금제 분리 판매가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애플 밖에 없는데…경쟁 활성화 '의문' 지적도

완전자급제 도입과 관련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한다.

소비자가 구매와 개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 판매점으로 한정돼 소비자 편익이 감소할 수 있고, 또 오히려 판매점이 고수익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완전자급제를 통해 단말기 구매 부담 완화와 함께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완전자급제가 도입된다 해도 해외 제조사가 들어와야 하는데 불투명하다. 제조사간 경쟁이 일어나고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 후생이 커지는 게 중요하다 "또 통신 시장 참여자가 규제를 수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동통신 산업이 성장해야 하는데, 규제로 산업이 망가지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한 “단말기 구입비용 부담완화를 통신사에만 부담시키는 것은 간접적인 방안이라 이용자 후생 확대가 어려울 수 있다"며 "새로운 규제 도입 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실장은 “시장에서 다양한 유통점이 존재해야 경쟁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며 “판매점에서 고가 요금제-고가단말기 판매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가계통신비 인하는 요원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남호 삼성전자 상무는 완전자급제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윤 상무는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하는 구조인데, 삼성전자가 쓸 수 있는 판매장려금 재원에는 한계가 있다. 제도가 바뀐다 해도 장려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며 “또 단말기 유통과 서비스를 분리하면 소비자 불편을 야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또 절충형 완전자급제라 해도 수만개에 이르는 판매점을 대상으로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 단통법 폐지 후 소비자 차별 해소 노력…선택약정은 '지속'

정부는 단통법 폐지 이후 현저한 이용자 차별이 방지와 선택약정(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등 이용자 혜택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조주연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은 “단통법 폐지 논의는 오래된 거래 관행과 단말기 유통 구조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법 폐지 후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사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과장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시 부당한 차별 해소와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며 “법령을 위반하는 불법 영업을 하는 유통점 등에 대해서는 시의성과 실효성 있는 제재를 통해 이용자를 보호하고 불공정 행위를 방지할 것”이라고 했다.

심주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통신시장의 역동성이 저하된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경쟁을 활성화해 이용자 후생을 증가시키기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선택약정 할인의 법적 근거는 유지하되, 이 제도로 인해 지원금 경쟁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는 등 이용자 보호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의 이관이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선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야기하는 채널간 장려금 차별에 대한 규제 정립과 함께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통신비 경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종천 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통신사, 제조사, 소비자단체, 알뜰폰, 유통협회 등이 함께하는 협의회를 마련해 시장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 의원은 "아무런 준비없이 단통법이 폐지된다면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는데 기여했던 알뜰폰 시장 경제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통사들의 경쟁을 이끌만한 효율적 방안없이는 오랜 세월 고착돼 온 통신시장의 난제를 풀기 어렵게 된다"이라고 말했다.

이훈기 의원은 "단통법 폐지는 민생 현안"이라며 "상당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주거비, 교육비 다음으로 부담이 큰 가계통신비 부담을 국민 입장에서 내릴 수 있도록 해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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