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파이’ 의혹 필리핀 여시장 해외 도피… 마르코스 대통령 “책임 물을 것”

박선민 기자 2024. 8. 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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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작은 도시 밤반의 앨리스 궈(35) 시장이 중국 스파이 의혹에 휩싸였다. /궈 시장 페이스북

중국인인데 필리핀인으로 속인 채 현지 시장으로 당선돼 ‘중국 스파이’ 혐의를 받는 앨리스 궈(35) 전 시장이 해외로 몰래 달아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필리핀 정부는 궈의 출국 경위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2일(현지 시각) 필리핀 일간지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현지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전날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의 앨리스 궈 전 시장이 지난달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후 궈 전 시장은 말레이시아에서 지난달 21일쯤 싱가포르로 거처를 또 한번 옮겼다가, 지난 18일 싱가포르에서 인도네시아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궈 전 시장이 필리핀에서 최초 출국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필리핀 출입국관리국은 궈 전 시장이 이미 지난달 필리핀에서 출입국 당국의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말레이시아로 불법 출국했다고 밝혔다. 출입국관리국은 “(궈는) 출입국 등을 감시받는 ‘출입국 주의’ 대상자였지만, 출입국 관리 시스템에는 그의 출국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외교부·법무부에 궈 전 시장과 가족들 여권을 취소하도록 지시한 상태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도피를 도운 이들에 대해 “법적으로 최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궈 전 시장의 도피를 도운 동료 2명은 인도네시아에서 체포됐지만, 궈 전 시장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중국인 궈화핑 명의의 중국 여권과 특별투자거주비자, 비자의 사진 사본. 사진은 앨리스 궈 시장과 동일인으로 보인다. /인콰이어러 캡처

궈 전 시장은 필리핀에서 ‘범죄 소굴’로 악명 높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유착해 돈세탁, 불법 입국 알선 등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궈 전 시장의 지문이 2003년 필리핀으로 입국한 중국인 여성 궈화핑(당시 13세)의 지문과 일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지에선 궈 전 시장이 ‘중국 스파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필리핀 상원의원이 이민국으로부터 입수한 궈화핑 명의 특별투자거주비자 사본과 중국 여권 사본에는 궈 시장과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필리핀 상원의 조사를 받아왔지만, 궈 전 시장은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했고, 결국 당국은 궈 전 시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심각한 위법 행위를 이유로 들어 시장직에서 직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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