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몰아보고 넷플 해지 가능?…공정위 제재에 '발끈'

이슬기 2024. 8. 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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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5개 스트리밍社 제재 착수
"구독해지하면 미사용 일수만큼 환불해야"
업체 "하루에 몰아보고 해지 악용 증가" 반발
공정위, 3년전 가이드라인 스스로 뒤집어
사진=연합뉴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서비스 업체들이 중도해지를 제공하지 않았거나 방해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구독을 해지하면 이용하지 않은 일수만큼 비용을 계산해 환불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업체들은 "구독경제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처사"라며 오히려 소비자 후생이 저해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 "열흘 보고 구독 취소했으면 20일치는 환불해줘야"

22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1일 넷플릭스코리아·웨이브·왓챠 등 3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스포티파이코리아·벅스 등 2개 음원 서비스 업체에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구독·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중도 해지 기능을 지원하지 않거나,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한 달 치 이용권을 결제했어도 도중에 해지하면 남은 기간에 대해선 환불해줘야 할 뿐 아니라 이를 제대로 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스트리밍 구독이 방문판매법이 정한 계속거래에 해당해 '중도해지'가 가능한 서비스라고 판단했다. 계속거래는 1개월 이상에 걸쳐 계속적으로 재화를 공급하는 계약으로, 헬스장 이용권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넷플릭스 등은 한 달 치 이용권을 결제한 뒤 며칠만 이용하고 구독을 취소하더라도 환불해주지 않고 남은 기간 동안 구독을 유지하는 '일반해지'만 지원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행위가 방문판매법이 보장하고 있는 환불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봤다. 또 웨이브 등은 중도해지가 약관상 가능함에도 구독취소 페이지에선 이를 적시하지 않고, 고객센터에 직접 연락해야만 중도해지를 지원하고 있어 문제라고 봤다.

공정위는 향후 소회의를 통해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해당 행위가 극심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했다며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업체 별로 위반 기간 내 일일 평균 매출액을 산정한 뒤 이중 10% 수준에 영업정지 일수(3개월)을 곱한 과징금 부과가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업체 당 수십 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리즈 하루만에 몰아보고 구독 취소하는 악용사례 증가할 것"

스트리밍업체들은 구독경제 시대에 맞지 않는 방문판매법을 근거로 중도해지를 강요하는 건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중도해지를 지원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구독서비스에 가입한 뒤 콘텐츠를 몰아보고 하루이틀 후에 해지하는 등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OTT나 음원 서비스는 헬스장처럼 매일 꾸준히 소비해야만 하는 종류의 서비스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때문에 해외에서도 스트리밍 업체에 일할 계산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1만5000원어치 이용권을 끊고 하루 만에 인기 시리즈를 몰아보고 해지하면 수수료 제외하고 1만3000원 정도는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라며 "구독료를 기반으로 시리즈를 제작하는 업체 입장에선 수익성이 악화돼 한국 서비스 사용자들만 대상으로 단건 판매를 하거나 구독료를 올리는 등 소비자 후생이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3년 전과 달리 입장을 180도 바꾼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OTT 업체들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면서 "구독서비스의 속성을 고려할 때 이용이력이 있다면 계약해지가 제한될 필요가 있다"라며 OTT 업체들이 중도해지를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단 며칠만 가입해 시리즈를 몰아보고 해지하는 '체리피킹'이 급증하면 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중도해지는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줘 놓고 약관을 시정하라는 명령 없이 곧바로 제재에 나선 것은 불합리하다"며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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