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사이 좋다고 소문나”…아내 흉기로 찌른 60대, 선처 탄원에 ‘집행유예’

술 취한 아내가 수면 방해하자 범행…아내는 “내가 죄인”
법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선고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법원 로고 ⓒ연합뉴스

사실혼 관계인 아내가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60대 남성이 피해자인 아내의 선처 호소로 실형을 면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홍은표 부장판사)는 특수중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의 구형량은 징역 5년이었다.

A씨는 지난 5월17일 오전 0시40분쯤 주거지인 제주시의 모 아파트에서 아내 B씨의 흉부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았다. 심장에 상해를 입은 아내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돼 긴급수술을 받은 뒤 목숨을 건졌다.

A씨는 당시 술에 취해있던 아내 B씨가 큰소리를 내며 잠을 자는 자신을 지속적으로 깨우자 격분해 주방에 있던 흉기로 범행했다.

기소된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 측 변호인은 "겁을 주려고 했는데 피해자가 피고인(A씨)을 향해 다가오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린 것"이라면서 "평소에 '부부사이가 좋다'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A씨 본인 또한 "아내와 가족이 받았을 큰 상처에 대해 평생 반성하고 어루만지며 살겠다"면서 "아내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하다.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인 아내 B씨도 직접 법정에 출석해 "남편이 저를 해했다는 생각은 전혀 안든다"면서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생긴 일이다. 제가 죄인"이라고 밝혔다.

법원도 선처를 택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의 생명에 위험이 발생하게 돼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면서도 "(A씨가) 범행 직후 119 신고 등 구호조치를 한 점, 피해자가 법원에 출석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