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아파트, 좋은 아파트먼트 하우스 [마스턴 김 박사의 說]

마켓인사이트 2024. 8. 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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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김선우 마스턴투자운용 전략기획실장·산업공학박사
이 기사는 08월 21일 12: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선우 마스턴투자운용 전략기획실장(산업공학박사)

아파트는 아파트먼트 하우스(Apartment House)의 줄임말로 그 유래는 프랑스의 아파르트멍(Appartment)이다. 아파르트멍은 어원 그대로 집주인, 손님, 하인 공간이 분리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개념이나, 산업화와 함께 프랑스에서 5층 내외의 주택을 언급하였고, 이것이 미국을 거쳐 한국에 전파되었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먼트 하우스(이하 아파트) 거주자는 전 국민의 62.5%이다. 대한민국 제1의 주거 방식으로 정착되었으며, 사회,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담론까지 만들어내기에, “대한민국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용어는 익숙함을 넘어 진부한 표현이 되었다.

칼럼에 논의하기도 조심스러운 대한민국 아파트에 대한 변론을 해보려고 한다. 대한민국처럼 좁은 국토가 아닌 좁은 주거 면적에서 아파트는 주거의 총비용이라는 경제성 관점에서 최선의 대안이다. 좁은 공간을 차지하고(낮은 건폐율)로 많은 호수를 건설(높은 용적률) 하면 가구당 주택 구입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동일한 형태로 대규모로 건설된 시설은 관리 비용에서 경쟁 우위가 있다. 유지 보수 비용의 절감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 단지는 전담 인력이 상시 근무하고 있어 시간 비용까지 절감이 가능하다. 개별 주택이나 소규모 단지는 설치하기 어려운 조경시설의 확보 등 제반 시설의 강점도 있다.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다양한 주거 수요에 대응하는 상품의 세분화도 매력적인 요소이다.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공공 임대 주택에서 수십억을 넘어 100억 원을 상위하는 부유층을 위한 아파트까지 다양한 아파트가 존재하며, 지금 이 시점에도 동일 행정 구역에서도 동시에 신규로 공급되고 있다.

아파트의 획일화된 설계로 생활 방식이 획일화된다는 부정적 의견이 있지만 사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생활 방식이 유사한 계층의 집합으로 오히려 계층이나 계급 간 갈등을 완충하는 역할을 한다. 상위 5%를 제외하면 가구 재산의 80%가 주거 부동산인 대한민국의 고유문화로 동일한 아파트 단지는 유사한 문화 계층의 군집을 형성한다. 왜곡되고 변형된 자본주의와 빈곤한 문화 다양성의 국가에서 경제력이 가구의 생황 양식과 가치 판단의 기준을 결정하는 것은 슬프지만 틀리지 않는 사실이다.

아파트의 거래 투명성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며, 경제적 관점에서 선호 주거 시설이 되는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한국에서 아파트 거래는 완전 경쟁 시장의 요건을 거의 온전하게 충족한다. 아파트 단지별로 적게는 100개에서 많게는 수 천 개의 균질한 상품이 존재하고 거래된다. 상품별 현재 상태, 과거 거래 가격 및 현재 호가에 대한 정보를 매수인, 매도인, 중개인이 실시간으로 교차 확인할 수 있다. 거래 절차, 관련 규정, 과세 방식도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으며, 모두 인지할 수 있다. 신축 아파트의 공급을 통한 거래 시장의 확대는 아파트의 환금성을 국채 수준으로 증대하였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장점이 아파트의 연관 개념으로 많은 사람들이 “투기”를 연상한다. 거래 투명성은 은행뿐만 아니라 캐피털, 보험사 등 모든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차입을 용이하게 하였으며, 부동산 투기를 지원하는 확실한 시스템이 되었다. 부동산 투기는 층간 소음, 아파트의 계급화, 부실시공 보다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으며, 아파트가 비난받는 최고의 이유가 되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 아파트 투기/금융 투기/비트코인 투기의 명확한 개념 정의와 이슈 분석은 지면 한계상 결론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투기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투기의 알고리듬과 방식은 매우 간단한다. 자본이 충분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사람의 자본을 쟁취하는 활동이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전 국민의 열망이 너무나도 강해서 아파트 투기는 보유 자본에 따른 체급 구분이나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안전장치 등이 없다. 자본만 충분하면 부족한 자본을 가진 참가자를 대상으로 승률 100%인 격투장이다.

그런데 이제 그 투전판이 끝나가고 있다. 승자의 자본 축적과 함께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새로운 성장 동력 부재로 더 이상 자본이 적은 사람들이 투기판에 판돈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차입으로 미래 소득까지 상대적 대자본가에게 상납하면 되겠지만, 소자본가가 평생의 미래 소득을 판돈으로 가지고 와도 대자본가는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정부에서 도입한 50년 상환 대출로 평생의 소득을 차입하게 하여도 자본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대한민국 아파트 투기라는 정글에서 사자와 하이에나들에게는 아쉽지만, 얼룩말, 사슴, 물소는 모두 잡아 먹히고 없는 상황이다.

물론 앞으로도 아파트 가격은 물가 이상 상승할 것이고, 특정 지역에서는 108제곱미터에 수십억 이상의 아파트를 전액 현금으로 구입하는 거주 수요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아파트의 구매자들은 연간 종합부동산세를 초과하는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거주 목적 외에 부가적인 자산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우리는 자산의 분산 투자라고 지칭한다. 투자는 지속되나 투기는 끝났으며, 투자의 수익은 금리와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는 것이지 3년에 2배는 아니다.

아파트라는 주거 시설은 의식도 없고, 생물도 아니기 때문에 옳고/그름, 좋음/나쁨의 판단 대상은 아니지만, 사회적 기여에 비하면 부정적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제 투기가 어려운 시기가 왔으니, 아파트에 대한 시각을 조금 더 따듯하게 전환해야 할 것이다. 아파트를 경제적 투자 목적이 아닌 주거 목적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강제로 도래하고 있다. 투기를 통한 급격한 자산 증식과 짜릿짜릿한 승리의 손맛은 암호화폐 투기라는 최고의 대안이 있다. 집권 여당 정치인, 행정 관료, 시공사, 시행사, 일반 개인, 금융사, 부동산 중개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아파트 투기의 종말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파트는 주거를 위한 시설이며, 합리적인 범위에서의 대체투자 자산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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