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전망치 2.4%로↓…기준금리 역대 최장 동결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하향조정했다. 기준금리는 연 3.50%로 동결해 역대 최장기간 기준금리가 제자리를 지키게 됐다.
2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등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이 찬성했다. 이로써 한은은 13회 금통위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이번 동결 배경으로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물가 수준만 보면 금리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고 "내수 성장 회복세가 더딘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발 가계부채 위험 신호가 들어오고 있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상충관계를 볼 때 내수는 시간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 반면, 금융안정 부문은 지금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지 않으면 앞으로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금통위원들은 금리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항후 금리정책에 관해서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 중 4명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나머지 2인은 3개월 후에도 현 기준금리 수준 동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4인은 현재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시행되는 만큼 이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융 안정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동결 유지를 주장한 나머지 2인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는 것을 확인하기까지 시차가 걸리는 데다, 앞으로 3개월 간은 (금리 인하보다) 금융 안정에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이 총재는 밝혔다.
금융시장이 강하게 한은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를 요구한 데다 일각에서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특히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두고 대통령실에서 이례적으로 내수를 고려할 때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이에 "지금 상황은 어느 측면(금융 위험 대응이 우선이냐, 경기 침체 대응이 우선이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많은 기관이 서로 다른 의견으로 저희를 평가하시는 건 현 상황에서 당연하다"고 간접적으로 답했다.
다만 이 총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에 강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에 관해서는 제한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물론 금리 인하가 (내수에) 긍정적이겠지만, 특히 현재 소비는 구조적인 문제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소비는 고용과 연결되는데, 현재 늘어나는 고용은 많은 부분이 고령층에서 늘어나고 20~40대 고용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소비력이 큰 20~40대 인구가 줄어들면서 소비가 줄어드는 인구 관련 구조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소비 증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내수 활성화와 무관하게) 자영업자와 금융 취약 계층의 빚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이미 시장금리가 많이 하락해 금리 부담이 줄어든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 2.5%에서 2.4%로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그 근거로 한은은 "수출 호조가 이어졌지만 소비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면서 부문간 차별화가 지속"하고 있다며 "금년 성장률은 1분기 중 큰 폭 성장에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예상보다 컸던 점을 반영"해 이번에 소폭 조정에 나섰다고 전했다. 즉 1분기 한국 경제 반등세를 한은이 실제보다 더 크게 평가한 결과를 이번에 조정한 것이다.
다만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2.1%를 유지했다. 올해와 내년의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종전의 2.2%, 2.0%를 각각 유지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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