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역침공'에 선 그은 서방…미국·독일 "사전 협의 없었다"
러 "민간군사기업 개입한 정황도"…우크라는 교량파괴에 하이마스 사용 시인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州)를 3주째 '역침공'하며 서울(605㎢)보다 넓은 면적을 차지하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온 서방은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작전이라며 러시아가 제기한 배후설을 일축했다. 우크라이나도 본토 급습은 전선 방어용에 해당한다며 서방을 상대로 지속적인 무기 지원을 요구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1일(현지시간)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에서 마이아 산두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매우 비밀리에, 피드백 없이 준비해 왔다"면서 "이는 분명히 전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간적 시간적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역침공은) 매우 제한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숄츠 총리는 현재 독일 정부가 우크라이나군의 추가 진격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연립정부가 예산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내년에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지만, 주요 7개국(G7)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대출하는 방식으로 부족분 500억달러를 메꾸겠다고 약속했다. 독일은 올해 미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두 번째로 많은 군사 원조를 제공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전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서방의 주장이 거짓으로 탄로 났다며 여론전을 이어갔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영국 및 기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 무엇보다 이 앵글로·색슨 듀오(영미)는 우크라이나 정권에 영감을 주고 물질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권이 러시아 내부를 겨냥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서방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한 CNN 방송과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사들이 우크라이나군의 호위를 받아 쿠르스크에 잠입해 전황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전날(20일) 스테파니 홈스 자국 주재 미국 대리대사를 초치해 정식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외무부는 전날 관련 성명에서 "쿠르스크를 공격한 우크라이나군에 미국 민간군사기업(PMC)이 참여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러시아에 불법적으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 용병은 "합법적인 군사 표적이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쿠르스크 침공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대사관은 "이번 작전의 계획과 준비, 어떤 측면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작전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측에 문의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르스크 잠입 취재에 대해서도 개별 언론 기관이 내린 결정이라며 오히려 미국 정부는 취재 목적이더라도 현재 러시아 입국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쿠르스크 세임강 교량 및 가설 부교를 파괴하는 작전에 미국이 지원한 다연장로켓 '하이마스(HIMARS)'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부로 쿠르스크에 진격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산 무기를 썼다고 시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하이마스 이외에도 영국이 지원한 챌린저2 전차 등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전황 브리핑에서 진격전 이후 지난 보름간 쿠르스크 일대 93개 마을을 점령해 총 1263㎢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 점령지 개척이 어디까지나 자국 영토를 방어하려는 목적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지난 18일 '완충지대를 조성하려 쿠르스크 방어전을 감행했다'고 밝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자국군의 쿠르스크 진격전이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무기를 지원해온 서방 파트너국들에 "지원 약속을 이행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방어의 기본"이라고 호소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사거리가 300㎞로 늘어난 신형 에이태큼스(ATACMS)를 우크라이나에 인도하면서 자국산 무기를 통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승인했지만, 여전히 확전을 우려해 공격 범위를 국경 인근으로 제한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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