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건너뛰더니…배드민턴협회 ‘안세영 폭로’ 진상조사 중단

문체부 시정명령 따라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의 작심 발언을 놓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활동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시정명령에 따라 중단됐다.

문체부는 최근 배드민턴협회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보냈다.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이 협회의 선수 관리, 훈련 시스템과 관련해 문제를 폭로하자, 외부 위원을 포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열린 1차 회의에는 파리올림픽에서 선수단을 지휘한 김학균 감독, 성지현 코치가 참석해 위원들의 질문을 받았다.

협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조사위 해체나 종료는 아니고 일단 멈춘 것은 사실”이라며 “문체부가 협조를 구할 경우 진상조사위 위원들이 활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배드민턴협회는 당초 ‘협회의 장은 내용이 경미하거나 긴급하다고 인정할 때 이를 집행하고 차기 이사회에 이를 보고해 승인받아야 한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진상조사위를 꾸렸다.

하지만 문체부는 ‘진상조사위 구성은 경미한 사항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회 진상조사위 구성 과정에 절차상 위반이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협회 정관에 각종 위원회를 설치·운영할 때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명시돼 있다. 배드민턴협회가 이런 절차를 건너뛰고 진상조사위를 꾸렸다”고 지적했다.

문체부가 배드민턴협회 자체 조사에 제동을 걸면서 향후 조사는 문체부 조사단과 대한체육회 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안세영 또한 배드민턴협회의 진상조사위원회 출석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장미란 문체부 2차관과 면담을 가진 바 있다.

다만, 배드민턴협회는 진상조사위를 통하지 않더라도 안세영과의 면담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