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조국혁신당, 10월 ‘호남대전’ 예고…野 텃밭이 흔들린다?
민주 ‘전당대회 호남 투표율 저조’ ‘영남 지도부’ 이상기류
총선 후 미미해진 ‘조국 돌풍’, 호남서 되살아 날지 주목
(시사저널=구민주·변문우 기자)
조국혁신당이 오는 10월16일 재보궐선거에서 총선 '돌풍'의 재현을 단단히 노리고 있다. 본진은 호남이다. 전남 곡성·영광군수 선거에 후보를 내고 지역에 상주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선포한 상태다. 총선 후 펼쳐질 민주당과 혁신당의 첫 전면전에서 민주당의 오랜 텃밭이 얼마나 요동칠지 주목된다.
혁신당은 이번 재보궐선거를 2026년 지방선거의 교두보로 삼고 중앙당 차원의 화력을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역시나 선거가 치러지는 인천‧부산 등 보다 호남에서 더 승산이 있다고 판단, 그곳에 캠프 본진을 차리고 집중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조국 대표‧신장식 원내부대표 등 지도부가 호남에 '월세살이'를 하며 바닥 표심을 다질 계획도 세워둔 상태다. 이달 29~30일 당 워크숍도 전남 영광에서 개최한다.
혁신당의 자신감엔 우선 '수치적 근거'가 있다. 혁신당은 지난 4‧10 총선에서 민주당을 꺾고 비례대표 호남지역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혁신당이 군수 출마를 예고한 전남 곡성‧영광에서도 각각 39.88%, 39.46% 득표율을 보였다.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의 득표율( 41.13% 40.1%)과 근소한 차이였다. 다른 지역과 달리, 민주당-혁신당 후보 간 경쟁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어부지리' 승리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도 혁신당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호남 인선에 힘주는 혁신당, '호남 홀대' 논란의 민주당
혁신당은 지도부 구성에서도 호남에 유독 힘을 줬다. 조국 대표는 이달 초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조윤정 전 여성비전네트워크 이사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했고, 이어 당 대표 비서실장도 호남 출신 장성훈 전 청와대 행정관을 지명했다. 조 대표는 지난 달 전당대회 대표 수락연설에서도 "호남에서 조국혁신당이 나서야 '호남 정치'가 복원된다. 인재를 찾아 키워 '차세대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새로운 노무현'을 발굴해 조국혁신당의 이름으로 국민께 선보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민주당을 향한 호남의 심상찮은 기류도 혁신당의 자신감을 키우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새로 꾸려진 민주당 지도부 구성부터 혁신당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호남은 수도권에 이어 두 번째로 민주당 권리당원이 많은 곳이다. 그럼에도 정작 중앙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호남 정치인'이 보이지 않아 자연히 '호남 소외' '호남 홀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당장 8·18 전당대회로 지도부에 입성한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면면을 봐도 호남은 '변방'에 머문다. 모든 최고위원들의 지역구는 전부 수도권인 데다, 이들의 태생을 살펴보면 이재명(경북 안동)‧전현희(경남 통영)‧김병주(경북 예천)‧이언주(부산) 등 대부분 영남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선산이 경남 사천에 있다. 호남 태생은 경기 고양을을 지역구로 둔 한준호(전북 전주) 최고위원이 유일하다. 광주 광산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호남 정치인' 민형배 의원은 8명 중 7위로 고배를 마셨다.
전당대회서 나타난 호남 '투표율'도 민주당 내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당내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전당대회에 대한 '텃밭' 호남의 참여도가 저조해 당 안팎이 술렁였다. 최종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전북(20.28%)·전남(23.17%)·광주(25.29%) 모두 20%대 초중반에 머물러 역대 전당대회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한 야권 관계자는 "투표를 하지 않은 대다수 호남 당원들이 과연 이재명 대표와 친명(親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일까"라며 "이 대표 일극체제가 맘에 들지 않아 투표를 거부하고 침묵으로 반대한 당원들이라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왕진 혁신당 정책위의장도 22일 통화에서 자신이 체감한 호남의 변화 기류를 전했다. 그는 "지금 호남은 민주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원으로 일괄돼 있다"며 "지역 정치의 건전성이나 지역 발전 전략에 있어 생산성과 질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너무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경쟁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조국혁신당이 그런 역할을 해준다면 지역 민심이 크게 요동칠 거라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선 10월 재보궐선거 전 이 같은 분위기를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이 대표가 남은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호남 인사를 배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예전만큼 안주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고 조국혁신당을 의식해야 하는 것도 현실"이라며 "지나친 물갈이도, 지나친 장기 집권도 경계하며 호남의 '중장기적 프로젝트'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호남 대표성이 (지도부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며 "지금 호남이 민주당에서 떠나가고 있다"고 당부했다.
다만 민주당의 위기와 별개로 혁신당의 돌풍이 재현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총선 후 혁신당의 정치적 존재감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다. 국회가 거대 양당의 강대강 대치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만큼, 소수 정당인 혁신당이 설 공간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이는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총선 후 지지율 하락세로도 입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왕진 정책위의장은 "저희가 생각하는 수준의 후보만 결정되면 전남 곡성과 영광은 물론 (구청장 선거가 있는) 부산 금정에서도 굉장한 돌풍이 다시 일어날 거란 기대가 있다"며 "특별한 후보 발굴 전략이나 퍼포먼스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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