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21세기 대표 예술이 된 거리의 낙서들…『그라피티와 공공의 적』 外

2024. 8. 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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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 미국의 반항아들이 만든 ‘거리의 미술’은 어느덧 주류가 됐다. ‘B급 문화 전도사’로 불리는 큐레이터 최기영은, 한국적 그라피티의 현재와 가능성을 살펴본다.
그라피티와 공공의 적 최기영 지음 / 호밀밭 펴냄
21세기 대표 예술이 된 거리의 낙서들
『그라피티와 공공의 적』
최기영은 그라피티 아트 전시 기획으로 ‘B급 문화 전도사’란 별명을 얻은 큐레이터다. 그는 2014년 경기도미술관에서 ‘Art on the street’라는 이름의 그라피티 전시를 국내 공공미술관 최초로 기획했다. 이 책은 이후 10년을 돌아보며 오늘날 ‘한국적’ 그라피티의 현재와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2만 명의 미군이 빠져나가며 슬럼화되기 시작한 경기 동두천으로 2015년부터 최진현, 소수영, 정주영, 유승백 등의 작가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클럽 그림을 그리며 도시를 캔버스로 삼기 시작했다. 2018년 이후 이들에 대한 주민들의 냉소적 시각은 사라졌고, 도시의 캔버스는 K팝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며 유명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동두천에서 그라피티는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지역 주민들의 부동산 가치 상승 요인으로도 역할을 했다. 저자는 4년의 시간 동안 보산동 거리를 더욱 밝고 온화하게 변화시킨 예술의 힘에 주목한다.

나는 어떤 죽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파존 A 나비 지음 / 이문영 옮김 / 사람의집 펴냄
환자를 잃은 슬픔은 나중에 온다
『나는 어떤 죽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미국 뉴햄프셔주 콩코드 병원 응급실 의자이자 다트머스 의대 응급 의학과 임상 조교수인 파존 A 나비는 아툴 가완디, 싯다르타 무케르지 등의 뒤를 잇는 미국의 ‘글쓰는 의사’다. 어느날 센트럴 파크 북서쪽 연못가에 강아지와 함께 앉아 있던 그는 불현듯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근 건물 경비원에게 종이를 빌려 자신의 환자 이야기를 7쪽 분량으로 썼고 여기에서 이 책이 탄생했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 이 회고록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의료와 사망의 순간, 가족들과 의사들이 겪는 드라마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응급실에서는 생사를 다투는 긴급한 결정이 시시각각 벌어진다. 그에 따르면 응급 의사는 평균 1시간에 12번 이상 방해받는다. 환자와 부러진 발목에 관해 이야기하는 동안 심전도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차에 치인 사람의 호송 통보를 받다가 폐렴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만나게 되는 식이다. 전쟁터 같은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자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한다. “우리는 그래도 하나의 생명에 영향을 미쳤다.”

[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4호(24.8.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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