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체육회, 가맹단체 임원 비위 왜 감싸나 했더니
스포츠윤리센터 "B씨가 신고자 제명하라고 A씨에 권유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 임원 A씨가 장애인 지도자 및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금품 요구, 언어폭력, 괴롭힘 행위로 징계 대상에 오른 가운데, 상위기구인 서울시장애인체육회 간부가 A씨의 비위 사실을 묵인하고 2차 피해 양산에 앞장선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2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최근 서울시장애인체육회 간부 B씨가 '선수 보호조치 관련 직무 태만', '선수 보호자 배제 관련 직무 태만', 업무의 공정성을 침해한 직무상의 의무 위반', '강요 행위' 등을 했다며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 징계를 요구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스포츠윤리센터의 결정문 내용엔 B씨의 비위 사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먼저 B씨는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 임원 A씨가 장애인 선수들에게 대회 참가를 하지 말라고 협박한 사실을 보고 받았으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의 행위에 동조하기도 했다.
A씨의 비위 사실을 상급 기관에 알린 장애인 지도자는 중증 장애인 선수의 보호자 자격으로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참가 신청을 했는데,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은 규정에 없는 사유로 이를 배제했다.
장애인 지도자는 부당하게 선수 보호자 자격을 잃었고, 이를 상위기구인 서울시장애인체육회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담당자 B씨는 이를 묵살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B씨는 장애인 지도자가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B씨는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으로부터 사실확인을 할 것을 지시받았으나 보호자 배제 행위에 동조하고 방임하는 등 공정한 업무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B씨의 공정하지 못한 업무처리로 인해 장애인 지도자는 보호자 지위를 박탈당해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고 사지 장애가 있는 선수는 자신이 신청한 보호자를 이유 없이 박탈당한 채 보호자 없이 대회에 출전해 어려움을 겪는 등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해당 장애인 지도자는 "선수는 식사와 용변 처리 등 생활과 경기 준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중증 장애인"이라며 "해당 선수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코 앞에 앞두고 보호자 불가 통보를 받았으며, 보호자를 구하지 못해 혼자 대회에 참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에 관한 (A씨와 B씨의) 사적 악감정으로 중증 장애인이 큰 피해를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의 비위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스포츠윤리센터 결정문 등에 따르면, B씨는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 임원 A씨에게 해당 장애인 지도자를 제명 처분해서 올리면 서울시에 보고해 재계약을 못 하게 하겠다고 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B씨의) 이러한 행위는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징계 요청 사유로 적시했다.
이에 관해 B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A씨가 장애인 선수에게 대회 참가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것은 단순히 임원이 선수를 혼냈다는 정도로 받아들였고, 그에 맞는 조처를 한 것"이라며 "선수 측도 협박이라고 신고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비위 사실을 신고한 장애인 지도자의 보호자 자격 누락과 관련해서는 "내가 이 상황을 인지했을 때는 참가 신청 일정이 마무리됐다"며 "보호자를 참가 명단에 올리기 위해선 17개 시도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자신이 A씨에게 비위 사실을 신고한 장애인 지도자를 제명하라고 권유했다는 내용에 관해선 "스포츠윤리센터가 어떤 증거와 과정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난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 임원 A씨는 장애인 지도자에게 월급 일부를 상납하도록 강요하고 장애인 선수들에게 협박 및 비하 발언을 하는 등 인권 침해 행위를 해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지도자와 선수들은 스포츠윤리센터에 피해 신고를 했으며, 센터는 조사 과정을 거쳐 해당 사실을 확인한 뒤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에 A씨에 관한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은 자체 법제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A씨는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의 법제상벌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서울시장애인육상연맹을 관리 감독하는 상위기구인 서울시장애인체육회도 관련 신고를 받은 지난해부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A씨를 전국대회 참가 선수단 임원으로 두 차례나 승인해 2차 피해를 방임했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는 이달 초 연합뉴스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사안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는 22일 "오는 31일 A씨에 관한 법제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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