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에 ‘이자장사’ 판 깔리지만…웃지 못하는 은행권
금리 인상 대신 ‘대출 제한’ 카드 확대키로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진 분위기다. 기준금리 동결에 시장금리는 선제적으로 내려갔지만,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높일 수밖에 없어서다.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가 커질수록 은행의 수익은 늘어난다. 그러나 동시에 '이자장사 한다'는 비판에 노출된다는 점이 변수다. 대출 수요가 줄어들지 않으면, 은행권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권은 금리를 조정하는 대신 대출 제한 조건을 강화해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돈 맡길 땐 '찔끔', 빌릴 땐 '왕창'…예대금리차 확대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13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결정문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 점검해야 한다"며 금리 동결 사유를 밝혔다. 내수 회복세는 더디지만 가계부채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고려해,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19조9725억원이다. 지난달 말(715조7383억원)과 비교하면 2주 만에 4조2342억원 불어났다. 2분기 전체 가계대출은 1780조원으로 1896조2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1092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당국은 은행을 향한 직접적인 '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은행은 지난 7월부터 수차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여왔다. 현재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 평균(5년 고정형)은 3.098~6.02%로 집계됐다. 두 달 전 대비 금리 최상단이 0.4%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35~3.40%로, 2달 전에 비해 최대 0.2%포인트 떨어졌다. 2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하반기 은행권 이자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상반기 이자이익을 29조8000억원을 기록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의 예금 금리가 더 낮고 대출 금리는 더 높은 덕에, 은행권의 이자 수익은 다시 한 번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역대급' 이자수익에 '상생금융 시즌2' 우려
그러나 은행권 분위기를 종합하면 마냥 웃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이자 수익이 늘어날수록 상생금융 압박이 커질 수 있어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취임 후 가진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 "최근 은행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 비판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사회 환원을 골자로 하는 민생금융 지원에 2조1000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 순이익의 10%가량이다. 올해에도 은행권이 정책 목표에 따라 수익을 본 만큼, 사회 환원 압박이 커질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상생금융은 사실상 당국이 은행에 사회 환원을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지난해에도 은행권의 큰 반발을 부른 바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상생 금융이 처음 대두됐을 때 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게 사실"이라며 "지금의 예대금리차는 금리 인하기에 대출 정책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확대된 것이고 기존 대출에는 상승한 금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은행권 이자수익이 크게 늘진 않을 것이다. 이자 수익을 이유로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커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일단 은행권은 대출 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대신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주담대 한도 감축, 고가 주택에 대한 주담대 한도 조정, 전세대출 중단 카드 등이 유력하다. 이미 KB국민은행이 다주택자 주담대를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마냥 금리를 높이기보다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시도가 확대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금융위원회도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 중심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엄정한 상환능력 심사를 통해 대출 실행 여부나 한도를 보다 꼼꼼히 살펴보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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