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강’ 아파치 추가 도입?…‘자폭 드론’에 격추될 수도
한국이 미국산 공격헬기 아파치(AH-64E) 36대를 4조 7천억 원을 들여 추가 도입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이미 예정된 사업이란 점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선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이미 우리 군은 아파치 헬기 36대를 작전 배치해 운용(주한미군의 아파치를 포함하면 국내에 모두 84대)하고 있는데 왜 또 도입하느냐, 현대전에서 고가의 대형공격 헬기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수백억 원짜리 군용 헬기들이 '저가의 소형 순항 미사일'로 불리는 자폭용 드론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에 쉽게 격추돼 무용론을 부추겼다.
이는 군 전력 증강에 관여했던 전·현직 군인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특히,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을 지내는 등 이른바 '전력통'으로 분류되는 김선호 현 국방부 차관은 대표적인 아파치 추가 도입 회의론자였다.
■ 현 국방차관 과거에는 "아파치 2차 도입? 군사력 건설 완전성에 심대한 영향"
"육군의 대형공격헬기(아파치)는 군사전략과 작전 개념이 충돌하는 사례다. 군사 전략 목표와 개념이 성숙하지 않았는데, 작전 개념이 앞서 나가다보니 이런 충돌적 요소가 나온 사례로 본다."
육군 중장으로 예편한 김선호 국방차관이 2021년 당시, 국방개혁전략포럼 대표 자격으로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 제1차 세종국방포럼'에서 한 말이다. 해당 포럼의 주제는 '국방중기계획, 이대로 좋은가'로 김 차관은 당시 '사례로 본 한국군 군사력 건설의 도전과 대응'이라는 주제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국방 관련 민간단체 대표였던 김선호 차관은 ▲재래식 정규전 위주의 '전통주의'와 ▲적 도발 억제·국가 간 안보협력 위주의 '비전통주의' 시각이 대립하며 군사력 건설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한 마디로 '초전박살'식 전통주의 개념이라면 아파치는 많을수록 좋지만, 주한미군 등의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비전통주의 관점이라면 아파치 2차 도입은 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공격용 헬기가 불필요하다기보다는 다른 전력 도입보다 우선 순위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김선호 대표는 발표 때 "군사력 건설의 완전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속대응사단에 가장 필요한 전력은 공격 전력이 아니"라고 하는 등 줄곧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3년의 시간이 흐른 뒤 '공수'자리가 뒤바뀐 김선호 차관은 아파치 추가 도입과 관련해 "2021년 당시에는 민간단체 대표로서 무기의 소요적 측면에서 그 같은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아파치 도입 관련 사업 추진 전략이 결정된 이상, 자신은 효율적 관리 책임을 수행할 것이다."라고 KBS에 답변했다.
■ 국내에만 아파치 84대…"이틀이면 북한 전차 등 지상 전력 대부분 궤멸" 주장도
아파치는 한 대당 최대 '헬파이어'(AGM-114) 대전차 미사일을 16발 탑재할 수 있다. 최신 '롱보우 레이더'를 활용해 헬파이어 16발을 16개 목표에 동시 유도·타격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한 번 뜨면 전차를 최대 16대까지 파괴할 수 있다. 아파치 헬기의 헬파이어 명중률은 미군 걸프전 기준 79%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공격용 헬기인 아파치에 현존 최강 '전차 킬러'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인 셈이다.
대한민국 육군은 이전부터 한국 지형에 맞는다는 이유로 아파치 36대를 최초 도입해 2개 대대로 편성했다. 이와 별도로 주한미군도 48대를 운용 중이다. 국내에만 이미 아파치 84대가 있다. 동시에 출격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한 회당 북한 전차 1,344대까지 격퇴할 수 있다. 아파치는 최대 무장 기준 2시간 반까지 비행할 수 있고, 24시간 운용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다.
이제 계산이 필요한 부분이 등장한다. '2022년 국방백서'를 보면 북한군이 보유한 전차는 4,300대다. 이 밖에 장갑차 2,600대, 자주포 등 야포 8,800문이다. 결국,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아파치만으로도 불과 며칠이면 북한의 전차·장갑차·야포를 대부분 파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아파치 대대가 북의 폭격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을 경우를 전제로 한 산술적인 계산이다.
합참에서 전력 계통을 담당했던 정경운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연구위원은 아파치 2차 도입과 관련해 "알다시피 한국은 자본이 무한한 나라가 아니다. 과도한 전력이라고 본다. 정찰위성 등 정보자산, 미사일 방어 체계 등 북 도발 대비가 부족한 영역이 많다"며 "노후화된 북한 전차와 헬기는 아파치를 상대할 능력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파치 헬기의 유용성에 표를 던지는 전문가들도 상당 수이지만 이들도 '추가 도입'과 같은 양적인 팽창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치는 타격이 아닌 정찰 자산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군처럼 아파치 레이더 데이터를 지상군이 공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망을 구축하는 네트워크 교전 능력을 갖춰야지 무작정 기체 숫자만 늘리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 '헬기 무덤'된 우크라이나 전쟁, 저가 드론·미사일에 쉽게 '격추'
최근 현대전의 모델로도 불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가 '헬기 무용론'이다. 최근 러시아군 공격 헬기인 Mi-28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고 추락하는 영상까지 나왔다. 군용 드론 한 대당 가격은 100만 원 안팎, Mi-28은 170억 원대다. 또, 우크라이나는 1,000만 원 선에 불과한 휴대용 미사일로 200억 원대 러시아 헬기 Ka-52 등을 다수 격추했다. 현대전에서 헬기가 가성비 떨어지는 장비였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미 육군은 올해 2월 이미 20억 달러(한화 2조 7천억 원)를 들인 코만치 헬기 개발 사업을 전격 취소했다. 그 예산으로 보유 중인 노후 헬기의 성능을 개선하고, 무인항공기도 개발할 방침이다.
랜디 조지 미 육군 참모총장은 신규 헬기 사업을 취소하며 "(헬기의) 공중 정찰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배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인기가 헬기보다 더 저렴하고 상황에 따라 더 먼 곳까지 작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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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훈 기자 (stand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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